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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김정은의 시간은 거꾸로 가지 않는다
뉴스종합|2018-05-02 11:09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걸음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리고 그는 넘었다. 남북을 가로지른 군사분계선만은 아니었다. ‘실시간’의 벽이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변경선’이었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개혁ㆍ개방에 좀 더 희망의 추를 매달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지 문재인 대통령의 ‘교섭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와, 김정은 위원장의 ‘몸짓’ 때문만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흐름 속에 있다는 희망의 근거는, ‘시간’에 있다.

김 위원장이 ‘리얼타임’에 놓여졌다. 놀라운 일이다. 3040 이상의 세대에게 지난 27일 하루 동안의 판문점 회담 생중계는 실감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힌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의 ‘투 쇼트’(two-shot, 2인 구도의 화면), 남북 정상 부부의 만남에 이르기까지 영상은 ‘비현실’을 넘어 차라리 ‘초현실’로 받아들여졌다. 우리는 한번도 김 위원장을 ‘실시간’으로 겪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선대로부터 우리 국민에게 북한 최고지도자는 ‘남북의 창’ 류의 프로그램이나 뉴스로 전달된 ‘조선중앙TV’의 화면 속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북한최고지도자는 늘 ‘지난 시간’ 속에 있었다. ‘편집된 소리와 영상’ 으로만 재현됐다. 실재하는 개인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콘텐츠’나 ‘내러티브’ 속 ‘캐릭터’였다.

글과 소리와 영상, 즉 정보의 ‘편집’은 권력의 강력한 ‘지배기술’이자 작동방식이다. 계획되지 않은 것은 일말의 우연도 허락치 않는 ‘편집’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메시지를 전하고, 북한 ‘인민’을 통제하는 가장 강력한 방식이었다. 편집된 시간은 늘, ‘과거’다.

그러므로 김 위원장이 남측의 ‘실시간 중계’를 받아들이고 스스로 ‘리얼 타임’속으로 뛰어들었다는 것은 그 어떤 정치적 결단만큼이나 의미심장하다. 인터넷과 모바일의 시대, 북한이 ‘편집’만으로는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도 내부에서도 권력을 온전히 지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잘못과 실수를 범하지 않는 ‘무오류의 지도자’가 아니라 때로 거친 숨을 몰아쉬고 말을 더듬기도 하는 ‘개인’임을 국제사회나 북한 인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의사를 확인한 것이다. 비록 북한에까지 생중계되지는 않았지만, 판문점 회담은 북한의 방송과 노동신문에서 상당한 분량과 비중으로 다뤄졌다.

또 하나의 시간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표준시인 서울시간보다 30분 늦었던 북한의 ‘평양시간’을 오는 5일부터 남측에 맞추기로 한 것이다. 평양의 시계와 서울의 시계바늘이 똑같은 방향을 가리키게 됐다. 27일 카메라에 잡힌 김 위원장의 시계는 이미 서울시와 같았다. 회담의 실시간 중계와 서울-평양시간의 통일. 두 개의 시간 이야기가 주는 의미가 크다. 김씨 왕조로 상징되는 봉건적인 지배체제, 시대착오적인 독재정치ㆍ통제사회. ‘현재’를 끊임없이 유예하고 ‘과거’에 집착했던 평양의 시간이 국제사회의 평균 속도에 개방되기 시작했음이 아닐까. 그래서 ‘리얼타임 북한’은, 작은 역류 또한 없지는 않겠지만, 크게는어떤 도도한 흐름, 그 ‘불가역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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