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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PAS]키덜트 취향저격 ‘아트토이컬쳐2018’...“여긴 진짜 와야 해”
뉴스종합| 2018-05-04 16:41
[헤럴드경제 TAPAS=이유정 기자] “야, 여기 진짜 와야 해. 너무 행복한 곳이야.”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아트토이컬쳐 2018’. 이번 전시를 보기 위해 제주도에서 올라온 문예빈(20) 씨는 들뜬 목소리로 전화 통화를 놓지 못했다. 세계적인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사인회 줄을 기다리는 내내 기자 앞에 서 있던 예빈 씨. ‘행복하다’, ‘예쁘다’는 단어를 연발하는 그녀의 통화를 좀 훔쳐 듣다 직접 물어봤다. “작품들 보신 소감이 어떠세요?”

“최고였죠.” 예빈 씨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작가님들마다 각자 개성이 다 다르고 새로워요. 기존 미술과 달리 아트토이에선 개성에 더 초점이 맞춰지잖아요. 아이들이나 어른 상관없이 구경하기 쉽고 직접 만지면서 놀 수도 있으니까, 거기서 오히려 소통이 되는 것 같아 즐거워요.” 재수생이라는 예빈 씨는 자신의 꿈도 아트토이 디자이너라고 전했다.

2일 서울 코엑스에서 가나아트센터와 아트벤처스가 주최하는 ‘아트토이컬쳐2018’이 개막했다.[사진=아트토이컬쳐]

‘아트토이컬쳐2018’ 포스터

‘아트토이컬쳐2018’는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국내 유일의 아트토이 페어다. 이번 전시에도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150팀 200여 명이 참가했다. 아트토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가 캐릭터와 장난감을 기반으로 한 예술 세계를 선보인다. 지난 2일 개막해 오는 6일까지 이어진다.

이날 가장 핫한 곳 중 하나는 단연 장 줄리앙 부스였다. 프랑스 출신인 장 줄리앙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그래픽 아티스트 중 한 명이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라이브 드로잉엔 60~70명의 인파가 모였다. 직접 붓을 든 장 줄리앙은 부스 벽면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 단순하고 위트 있는 이미지를 그려나갔다.

 ‘아트토이컬쳐 2018’에서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이고 사인회를 가진 그래픽 아티스트 장 줄리앙.
사인회도 이어졌다. 기자도 사인을 받기 위해 포스터를 사고 줄을 섰다. 한 시간 가량 기다리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사인마다 일일이 그림을 함께 그려준 장 줄리앙의 친절한 팬 서비스 때문. 임신 7개월 차인 예비 엄마 이현우(34) 씨는 아기를 위한 그림을 선물 받았다.



“얼마 전에 흰 티셔츠 겸 원피스를 샀는데 여기 (사인을)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거예요. 아기에게 나중에 선물로 보여주기도 좋고요.”



바깥 외출이 걱정도 됐지만 일부러 시간을 냈다. “직접 보니 뭉클하죠. 장 줄리앙을 평소 인스타그램을 통해 팔로잉 하고 있어요. 워낙 일상 소재로 잘 그리시잖아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편하게 소통하는 것 같아요.”

‘아트토이컬쳐 2018’에서 흰 티셔츠에 장 줄리앙의 사인과 그림을 받고 아기를 떠올리는 이현우 씨.

가장 많은 관람객들의 ‘지름신’을 부른 곳은 ‘스티키몬스터랩’ 부스. 국내 대표적인 크리에이티브그룹 ‘스티키몬스터랩’은 이번 전시에서 편의점을 콘셉트로 한 신상 피규어들을 공개했다. 각 300개 한정판으로 나온 유리컵은 현장에서만 절반 이상이 팔렸다. 옆 부스의 다른 아티스트가 찾아와 “내일 오면 살 수 있을까요?”라며 물었다.

‘아트토이컬쳐 2018’ 스티키몬스터랩 부스. 사람들이 줄을 서 신상 피규어와 유리컵 등을 구매하고 있다.

이외에도 캐릭터 해부 조형으로 유명한 미국 아트토이 작가 제이슨 프리니, 은하철도999 마츠모토레이지 80주년 기념 특별전 갤럭시 오디세이, 국내 1세대 아트토이 작가 쿨레인, 책상 위의 작은 세상 픽셀빌, 각종 건담 프라모델의 총집합 팬페스트2018 등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작가 제이슨 프리니가 만든 카카오프렌즈 라이언 해부학 캐릭터 모습.[사진=아트토이컬쳐]
‘슈퍼픽션’의 장난감 예술작품. 슈퍼픽션은 SF를 재해석한 캐릭터를 통해 삶과 허구를 표현한다.
책상 위의 작은 세상 ‘픽셀빌’. 픽셀빌은 3D 프린팅으로 만들어진 작은 픽셀들의 세상이다.

지난 2014년부터 매년 아트토이컬쳐를 찾았다는 김세일(42) 씨는 “처음부터 계속 오고 있는데 점점 (페어가) 커진다”며 “처음엔 아트토이라 해서 작품의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최근엔 일반인들이 와서도 충분히 사갈 수 있는 아이템들이 많아졌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이런 캐릭터 비즈니스를 옛날엔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다면 이젠 그 아이들이 자라서 키덜트가 됐다. 단지 유치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소비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갖고 시장이 커진 것 같아 팬의 입장에선 굉장히 반갑다”라고 말했다.


아트벤처스&건담홀릭TV의 팬페스트2018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직접 만든 각종 건담 프라모델이 전시됐다.

이날 아트토이컬쳐에서 만난 관람객들에게 ‘소통’과 ‘가치’란 단어를 많이 들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예술 그리고 장난감. 언뜻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만나 세상을 더 유쾌하고 색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줬다. 아트토이나 키덜트가 생소했던 기자도 이날 하루 이 세계에 ‘입덕’할 수 있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키덜트는 기본적으로 성인들이 자신의 취향을 위해 돈을 쓰는 게 자유로워진 시대를 만난 것”이라며 “이젠 누구나 취향을 얘기할 때 애들 것, 어른 것, 남자 것, 여자 것을 따지지 않는다. 경제적 풍요와 함께 개인주의적 성향이 확대된 시대인만큼 앞으로도 키덜트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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