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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김용대 서울대 통계학과 교수]4차산업 혁명과 국가의 품격
뉴스종합| 2018-05-16 11:08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3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이런 남북정상회담은 북핵문제로 전쟁의 위기가 크게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역사적 중요성이 이전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나아가 6월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연결되면서 전 세계적 평화구축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적 관심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모든 이슈가 여기로 모이고 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 동안 경제는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다. 3월 실업률은 4.5%로 17년 만에 가장 나쁜 수치이다. 특히, 청년실업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데, 청년 4명 중 한 명이 실질적 실업상태이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녹록지 않다. 4월 수출증가율이 18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2017년 수출이 급증한 데 따른 착시효과일 수도 있지만, 주요 수출 품목의 대외 경쟁력이 전반적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4차산업 혁명에 대한 우리나라의 선제적 대응도 눈에 띄지 않는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다국적 IT기업으로 대표되는 미국뿐 아니라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신흥 IT 강자를 보유한 중국의 부상은 우리를 긴장하게 한다. 중국은 얼굴인식 기술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최근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서 열린 모 연예인의 콘서트에 5만여 명이 운집했는데, 입장객에게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하여 경제 범죄로 수배 중이던 31세 남성이 중국 공안에 체포되었다. 실시간으로 13억 명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연료인 개인정보의 보호에 대한 GDPR (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이라는 새로운 법이 유럽에서 5월 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GDPR은 유럽연합이 제정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유럽연합 국가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모든 기업이나 단체가 준수하여야 할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광범위한 규정이다. 유럽연합에 사업장을 보유한 업체는 물론 사업장이 없지만, 유럽연합에 거주하는 소비자에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데이터를 활용하는 업체까지 적용 대상이다. 법을 어긴 경우 매출의 4%나 2000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4차산업 혁명의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GDPR은 유럽연합 시민의 개인정보를 외국의 서버에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가도 규정한다. 한국기업이 유럽연합 시민의 개인정보를 한국으로 전송하여 처리하려면 별도의 국외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유럽연합 회원국별 감독기구의 규제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러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 유럽연합에서는 국가별로 적정성 평가를 진행 중이다.

적정성 평가의 승인을 받게 되면 한국 기업들은 추가적 규제 없이 영업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일본, 인도 등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한국의 적정성 승인은 낙관적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개인정보보호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경주한 결과이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가적 평가는 법률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과 기업의 보호 노력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차원의 적정성 평가는 경제와 국가가 별개가 아님을 잘 보여준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려면 개별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국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공신력이 요구되는 제약, 식품과 같은 산업에서는 국가의 신용과 품격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요소가 된다. 중국산 먹거리에 대한 불신에서 그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인 빅데이터 산업에서도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국가차원의 공신력이 강하게 요구되고 있으며, 따라서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4차산업 혁명의 성공에 필수적이다.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은 단순히 인격권의 침해라는 사회적 문제를 넘어서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매우 심각한 폐습이다. 우리나라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매우 엄중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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