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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세미콜론을?…교열에 얽힌 에피소드 위트있게 담아
라이프| 2018-05-18 11:22
세계 여론의 중심에 있는 잡지 ‘뉴요커’에만 있는 직책이 있다. ‘오케이어’(OK’er)란 자리다. 오케어이어는 주관이 필요없는 기계적 교열 업무를 뛰어넘어 문법과 문학, 삶에 관한 깊고 넓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교정작업을 하며 원고를 인쇄직전까지 다듬고 책임진다.

‘콤마퀸’으로 불리는 메리 노리스는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뉴요커’에서 40년 가량 글을 다룬 베테랑 오케이어다. 구두점이며 문자부호, 문법 등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가 교열의 엄정한 세계를 ‘뉴욕은 교열중’(마음산책)에 담아냈다. 작가와 동료들과 치고받은 에피소드와 뉴요커가 돌아가는 모습, 구두점· 대시· 세미콜론· 하이픈· 아포스트로피 등 문장부호와 문법에 얽힌 이야기를 위트있게 들려준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Moby-Dick)’의 제목에 누가 하이픈을 찍었는지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 제임스 설터의 ‘가벼운 나날’에서 불필요한 콤마를 발견하고 작가에세 편지를 보낸 일화는 흥미롭다. ‘그’와 ‘그녀’ 대신 ‘그들’을 사용하는 영어 대명사와 명사의 성별 문제는 시대적인 풍조와 원칙 사이의 고민을 보여준다. 영어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연필로 교열하는 연필중독자로서 ‘딕슨 타이콘데로가’ 1번 연필에 대한 애정은 챕터를 채울 정도로 열정적이다.

원칙주의자이자 공인된 천재로 불리는 엘리너 굴드, 자존심 강하고 용법보다는 작가의 목소리를 중시하는 루 버크 등 전설적인 동료 교열자들의 얘기는 애정이 듬뿍 담겼다. 특히 사후 백만장자였음이 알려진 루의 얘기는 반전이다. 루는 전 재산을 사우스베리 공공도서관에 기증했다.

컴퓨터에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는데 왜 아직도 교열자가 필요하냐며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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