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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vs 그리스 경제차별화에서 배우는 교훈…관건은 역시 ‘구조개혁’
뉴스종합| 2018-05-22 08:01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 2011년 심각한 재정 및 금융위기를 겪었던 그리스와 스페인 경제가 최근 뚜렷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경기회복이 더딘 상태에서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에 머물고 있는 반면, 스페인은 빠른 회복세 속에 신용등급도 투자적격으로 그리스를 크게 앞서고 있다.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그리스와 스페인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두 나라의 산업 및 경제구조 차이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스페인이 강력한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체질을 바꾸고 있는 반면에 그리스는 정부가 정치적 이슈에 매달리면서 개혁을 지연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22일 국제금융센터는 ‘그리스 vs 스페인 경제의 회복세 차별화 배경과 평가’ 보고서를 통헤 올 8월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이 종료될 예정이나 스페인과 비교할 때 여전히 경제 회복속도나 대외신용도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양국 경제상황을 보면 그리스의 경우 심각한 재정위기와 구제금융 이후 2014년에 일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재침체 양상을 보이다 지난해 1.4% 성장에 이어 올해 2.0%의 매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투자부적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재정위기 이전 수준을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

반면에 스페인은 2014년 1.4%의 성장세로 돌아선 이후 견조한 회복세를 지속해 지난해 성장률은 3.1%로 유로존 평균 성장률(2.4%)을 웃돌았고, 올해도 2.7%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국가신용등급 측면에서도 무디스가 Baa1, S&P와 피치는 A- 등급을 부여하는 등 그리스를 크게 웃돌고 있고, CDS 프리미엄도 재정위기 이전 수준보다 하락해 신뢰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처럼 스페인과 그리스의 경제가 차별화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국제금융센터는 경제 충격의 강도와 대외부채 구성,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의 강건성, 노동유연성, 주력 산업 경쟁력, 재정긴축 강도 등이 성장률 격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충격의 강도 측면에서 양대 위기 이전의 성장률 추세와 실제 성장률의 차이를 비교해 볼 경우 그리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더 큰 폭으로 축소됐으며 내수도 더 크게 위축돼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부채 구성에서도 그리스에 유입된 자본에는 변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 투자 및 단기성 대외차입 비중이 높아 외부 신용경색 충격에 더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지니고 있었다.

보고서는 특히 그리스의 경우 경직된 노동시장과 관료주의 및 과도한 규제 등으로 FDI 유입액이 저조했고 대출 애로 등으로 기업투자가 제약되면서 총요소생산성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반면에 스페인으로의 FDI는 위기 전후 안정적 추이를 유지했다.

노동유연성 측면에서 그리스는 노동시장 개혁을 강도 있게 시행하지 않은 반면, 스페인은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을 강력히 집행했고, 주력 산업의 성장 견인력 측면에서도 그리스는 관광업ㆍ부동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수출산업이 식품 및 담배 가공업에 편중돼 스페인에 비해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것으로 분석됐다. 긴축 정책 측면에서도 그리스의 경우 재정위기 극복 방안으로 급격한 세율 인상 및 연금 축소를 시행함에 따라 내수가 침체되고 성장잠재력이 제한되면서 차별화가 심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재정위기 이후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의 강력한 집행 여부가 최근의 경제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리스 내각이 정치적 문제 대응에만 집중할 경우 2차 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는 유로존으로부터 3180억유로의 부채 경감을 받기 전까지는, 조기총선을 막고 내년도 선거를 앞두고 최근의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구조개혁 정책을 최대한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에 스페인은 위기 이후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과 은행시스템 정리 등에 성과를 거두며 5년째 경기가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단기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인 경제체질 변화를 위한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가 경제향방을 가르고 있는 것으로, 구조적 저성장과 일자리 위기에 처한 한국으로서도 개혁에 보다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스페인과 그리스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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