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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비핵화 중재 살얼음판…트럼프 “북미회담 열릴 지 두고봐야”
뉴스종합| 2018-05-23 10:27
-트럼프 “北, CVID 수용해야 체제보장”
-美, ‘트럼프 비핵화 모델’ 공식화…속전속결 식 핵물질ㆍ핵무기 반출
-文대통령, 北체제보장 방법으로 ‘종전선언’ 제안한듯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6월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중한 자세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거듭 내비쳤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문재인 대통과의 회담 자리에서 드러냄으로써 우리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유도할 것을 촉구한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과 진행할 단독 정상회담에서 앞서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substantial chance)이 있다”며 “ 6월 12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회담이) 열릴 좋은 기회도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조건이 성사됐냐고 물은 기자단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사진=AP연합뉴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돌발발언에 휘둘리지 않고 ‘마이 페이스’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결국 북미정상회담 성사에 연연하지 않고 미국의 입장을 견지해나갈 것이라는 의미”라며 “아울러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담보하는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짊어지우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세현 통일부 전 장관은 23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이후에 태도가 변했다고 자꾸 말하는데, 북한의 태도가 변했기 때문에 ‘남한이 북한의 태도를 다시 변화시키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으로 보인다”고 총평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두 번째로 만난 이후 나는 김 위원장의 태도가 살짝 변했다는 걸 느꼈고, 그것 때문에 조금 실망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만남은 북미 간 중재역을 자처한 문 대통령이 양국의 비핵화 담판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았다. 특히 북한이 최근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미국 내에 대북 북신론이 떠오르면서 문 대통령의 부담이 가중된 상황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에 ‘체제보장’을 담보하기 위해 종전 선언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이 합의했던 종전선언을 북미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이 함게 선언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언급한 북한 ‘체제 안정’에 대한 구체적 조치로서 종전선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종전선언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불가침 입장을 공식화하는 의미도 있는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비핵화하는 방식으로 속전속결 이행을 전제로 한 ‘일괄타결’(All-in-one) 해법을 내놓았다. 최단기간에 핵폐기와 보상을 주고받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북한이 수용해야지만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함으로써 철저한 핵사찰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앞두고 ‘특정한 조건’(certain conditions)을 언급하고 “만약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은 열리지 않거나 연기될 수 있다”고 밝힌 점을 미뤄봤을 때 결국 북미 간 비핵화 방식에 대한 이견은 여전히 큰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에게 핵무기ㆍ핵물질의 핵심을 조기에 이관할 것을 ‘착수금’(down payment)라는 이름으로 요청하고 북한이 원하는 체제 보장을 폭넓게 해주겠다는 접근 같다”며 “그러나 회담 성사여부 자체에 신중함으로써 종전선언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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