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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무산] 납짝 엎드린 北… 남북 핫라인 첫통화 성사?
뉴스종합| 2018-05-25 08:32
- 北 “첫술에 배 안불러. 北-美 관계 나빠지기야 하겠나” 저자세
- 김정은, 남북 핫라인 통화 후 북미 통화 가능성도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자 북한이 납짝 엎드렸다. 미국의 회담 취소 통보에도 불구하고 북한측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은 ‘비굴하다’는 해석이 가능할 정도다.

때문에 급해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핫라인 통화’를 요청할 가능성은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태다. 그간 남북 핫라인 통화가 성사되지 않은 것은 남한의 통화 요청에 북한이 응하지 않은 것이 불발 원인이었다는 것이 통설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김계관은 25일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문 첫 문장에는 ‘위임에 따라’라고 쓰여 있는데, 누구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는 설명은 붙이지 않았다. 이날 담화 내용에는 김 위원장의 입장까지 포함돼 있어 위임을 한 주체는 사실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 해석된다.


A4용지 한장 분량의 이날 담화문에는 ‘김계관-최선희’로 이어지는 대미 강경 메시지는 없다. 대신 미국과의 대화 요청에 무게가 실려 있다.

김 부상은 담화문에서 “우리는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취소’를 통보한 뒤 불과 7시간여만에 나온 첫 반응은 ‘저자세’로 요약 된다.

또 담화문에는 “(북미정상이)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리는 없겠지만 한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라고 쓰여 있다.

김 제1부상은 담화문에서 “조선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대화는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 통보에 ‘대화를 계속 하자’고 김 위원장이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관심 가는 대목은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가 성사되느냐 여부다. 통역이 필요없는 한국말로 이뤄지는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는 그 어떤 ‘정치 이벤트’보다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남북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취소를 통보하면서 남긴 ‘언젠가는 만나기를 고대한다. 마음이 바뀌면 전화하라’는 요청이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키는 어렵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계자도 “북미정상회담의 희망이 여전히 있다”며 양국 사이의 백채널을 열어놨다고 밝혀 이런 전망을 뒷받침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사례를 거론하며 “아름다운 제스처였으며,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북한에 사의를 표명한 것도 향후 상황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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