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 파장] 낭패 부른 ‘벼랑끝 전술’…꼬리내린 北
뉴스종합| 2018-05-25 11:51
백악관 관계자 “북한, 어법 바꿀 필요있다”
北 김계관 “주저말고 연락달라” 담화 발표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여전히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던 고압적 태도에서 수위를 낮춘 셈이다.

북한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명의로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려는 우리의 목표와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며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 제1부상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결정에 “돌연 일방적으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우리로서는 뜻밖의 일이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 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개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면서 “언젠가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힌데 대한 화답이라 할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부상 담화에 대해 ‘위임에 따라’ 발표했다고 밝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임을 시사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자신들이 뭔가 소통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도 훼손하지 않고 대화국면을 그대로 이어가자는 비교적 온건한 반응을 보였다”며 “공을 다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겼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6ㆍ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정치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어려워졌지만 북미 양측이 모두 판을 깨겠다는 것이 아닌 만큼 북미대화가 다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란 핵합의를 깼는데 그보다 못한 북핵합의가 나올 것 같으니 이후 책임을 감당하기 어렵고,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단칼에 모든 비핵화를 하겠다는 결심이 서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번 더 고비를 겪더라도 좀 차분하게 가자는 측면에서 연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완전히 파탄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나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리비아식 해법’ 주장에 김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내세워 반발하는 과정에서 원색적 비난을 동원하는 등 일반적인 국제관계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최 부상이 펜스 부통령을 겨냥해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면서 ‘핵 대 핵 대결장’에서 만나자는 식으로 힘을 과시한 것은 미국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이와 관련, 백악관 관계자는 “펜스 부통령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인내의 한계였으며 정상회담을 취소하게끔 했다”며 “북한과의 평화에 대한 희망은 여전히 있지만 그렇게 하려면 북한은 수사(어법)를 바꿀 필요가 있다. 북한이 기꺼이 통과하고자 한다면 여전히 열려 있는 뒷문이 있지만 그것은 최소한 그들의 수사 방식을 바꾸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