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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열차’, 탈선 이틀만에 본궤도… 文, 다시 ‘운전대’ 앉다
뉴스종합| 2018-05-27 11:46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예정대로 오는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높아졌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이 진행중이란 사실이 한미 양 정상을통해 공식 확인되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가 있은지 불과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다.

성공적인 싱가포르 회담 개최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다시 얼굴을 맞댔다. 4·27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만난지 불과 한달만에 다시만난 것이다.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은 ‘북미 싱가포르 회담’의 성공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진=연합뉴스

▶북미회담 본궤도=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미간 서로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곧 시작하는 것으로 안다. 그 실무협상 속에는 의제에 관한 협상도 포함돼 의제 협상이 얼마나 순탄하게 잘 마쳐지느냐에 따라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의 성공 요인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북미간 실무협상은 그간 미국 측이 ‘북한이 응하지 않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던 부분이다. 북미간 실무회담 개최는 예정대로 6월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음을 의미하는 단초다.

실제로 미국 시각으로 26일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서 멀지 않은 어떤 장소에서 (북미 실무회담) 미팅이 진행 중”이라며 “그곳에서 많은 회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 사전접촉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로이터통신도 이날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개최될 가능성에 대비해 백악관 실무진이 이번 주말 싱가포르로 향해 출발한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양 정상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회담이 진행중이란 사실을 거의 동시에 확인한 것이다.

가장 뜨거운 의제는 북한 비핵화 방안에 대해 논의되는 ‘의제 협상’이다. 북한과 미국 사이 최근 ‘난기류’가 일었던 부분도 이 부분이 핵심 원인었다. 북한은 순차적·단계적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일괄타결이 필요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제로 비핵화에 대해서 (북한과 미국의) 뜻이 같다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로드맵은 또 양국(북미)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그런 과정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그 로드맵은 북미 간에 협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을 종합하면 북미회담 취소 발표 이후 북미간 관계 개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신호가 백악관 등 여러 곳에서 타전됐고, 북미회담을 위한 실무회담까지 열리게 되면서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

▶文 대통령, 위기의 구원투수= 지난 26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전격적으로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만난 것은 김 위원장 측의 요청에 문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남북 정보라인의 두축인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선전부장 등 실무라인 접촉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의사를 북측이 표해왔고, 이를 문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하면서 26일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의 ‘다급한 마음’은 지난 26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공개한 담화문에 잘 드러나 있다. 담화문에서 김 부상은 ‘위임에 따라’라고 썼고, 이는 곧 김 위원장의 뜻에 따라 작성된 담화문임을 의미했다. 담화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 ‘트럼프 방식에 은근히 기대했다’, ‘아무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만나 문제 풀 용의 있다’고 밝혔다. 미국측의 ‘북미회담 취소’ 발표가 나온지 불과 7시간만에 나온 사실상의 김 위원장의 반응이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밝힌 시점은 25일 오후께로 알려진다. 남측의 ‘남북정상 핫라인’ 통화 요청에도 응하지 않던 북한 측 또는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밝힌 것은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보낸 사실상의 ‘긴급구난신호(SOS)’로 해석된다.

최근 1주일 사이 문 대통령은 북미간 빚어진 ‘이상기류’ 발생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왔다. 미국 방문 직후 빚어진 북미회담 취소 발표는 문 대통령의 ‘중개외교’의 난맥상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관련 사실을 미국측에 사전에 고지하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나눴던 대화를 미국측과 공유하면서 ‘중개외교’가 재탄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이 필요에 따라 신속하고 격식 없이 개최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서로 통신하거나 만나, 격의 없이 소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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