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일과 일상의 분리…사람 대할때도 ‘법대로’?
기사입력 2018-06-04 11:31 작게 크게

상앙(商)이 진효공(秦孝公)에게 등용되는 데에는 3일이 걸렸다. 첫날에는 요순(堯舜)의 제도(帝道)를, 둘째 날에는 하은주(夏殷周) 우탕문무(禹湯文武)의 왕도(王道)를 건의했다. 하지만 효공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셋째 날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패도(覇道)를 소개하자 효공은 “제왕의 도와 왕도는 너무 오래 걸린다. (패도로) 당대에 공적을 이뤄내고 싶다”며 반겼다. 이렇게 상앙의 변법(變法)이 탄생했다.

하지만 도입까지 반대도 많았다. ‘효율’을 위해 백성들의 생활까지 일일이 법으로 통제하는 내용이어서다. 감룡(甘龍)이나 두지(杜摯)와 같은 진 대신들과 앙의 설전이 사기(史記) ‘상앙열전’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때 논란을 잠재우는 상앙의 명언(名言)이 나온다.

“지혜로운 자는 법을 만들고, 어리석은 자는 법의 지배를 당한다”

사기에는 엄격하게 법을 집행한 관리들 이야기(酷吏列傳)이 있다. 서문은 공자(孔子) 말씀이다.

“형벌로써 백성들을 제어한다면 법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지 벌만 면하려고 한다” 이어 노자(老子)의 경계가 이어진다.

“법을 가혹하게 하면 도적의 수는 오히려 늘어나게 되는 법이다” 이어 사마천의 한줄 정리다.

“훌륭한 정치는 군왕의 관대하고 깊은 뜻에 있지 엄혹한 법률이 아니다”

춘추시대 정(鄭)나라 명재상인 자산(子産)의 비유도 인상적이다. “불이 활활 타오르면 사람들은 겁을 먹는다. 그래서 불에 타 죽는 사람은 아주 적다. 물은 성질이 부드러워 사람들이 겁을 내지 않는다. 물 때문에 죽는 사람이 더 많은 이유다. 관대한 통치란 물과 같아 효과를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래서 불과 같은 엄격한 정치를 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3년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일상생활까지 법으로 통제를 하려한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공직자로서 지켜야 할 당연한 의무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지금은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준수를 두고 온 나라가 예민하다. 소득을 유지한 채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경제협력기구(OECD) 최하위권인 우리의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설렁설렁’ 일하고도 월급 다 달라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런데 근로시간 감독이 엄격해질 게 뻔하다. 최저임금 인상효과와 마찬가지로 생산성이 떨어지는 근로자는 고용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커진다. 포괄임금제 적용 범위가 좁아지면 거래처와의 식사나, 업무상 인맥을 강화하려는 등의 일련의 활동들도 근로시간에 포함될 수 있다. 회식, 야유회, 체육대회, 세미나 등도 이제는 근로활동이 될 지 모르겠다. 시간에 대해서도, 사람을 대하면서 업무와 비(非)업무간 구분이 명확해야 한다.

삶의 질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법 대로’다. 그 동안 우리의 삶이 너무 일과 직장 중심으로 이뤄졌던 데 대한 반성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일이 일상을 침해한다고만 볼 수 있을까? 일상에서 일을, 일에서 일상을 완전히 떼어내는 게 행복일까? 법 대로 일을 할 수는 있지만, 행복도 법으로 이룰 수 있을까? 역사가 그렇듯이 어디 사람이 법대로만 되던가. 아직 시간과 기회는 남았다. 운용의 묘를 기대해본다.
 
ky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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