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이석행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우리에게도 세계 최고 수준의 직업교육기관 있다
기사입력 2018-06-04 11:30 작게 크게

# “교육과정이나 훈련내용의 특별한 변화는 없어요. 다만, 근로자가 새로운 직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계속교육을 강화할 뿐이죠.”

직업훈련 선진국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3월 독일과 프랑스 방문 중 에이힘 데르크(Achim Dercks) 독일 상공회의소 부소장이 건넨 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훈련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뭔가 큰 변화가 일고 있을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은 답변. 그래서인지 충격도 딱 그만큼 컸다.

# “전통적인 이원화 훈련의 감소 대신, 최근엔 ‘이원화 대학교육’이 증가하고 있어요.” 휴베르트 에르트(Hubert Ertl) 독일 연방직업훈련정책연구소 부소장의 대답이다. 이론 교육은 학교가, 실무교육은 기업이 담당하는 이원화 방식이 직업훈련 단계에서 고등교육 단계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 “새로운 문화 콘텐츠 산업과 디지털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파리 본교 외에 전국적으로 200여 개의 분교와 지역 센터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 국립직업기술대학(CNAM) 올리비에 파롱(Oilivier Faron) 총장 얘기다.

세계적인 직업훈련을 이끌고 있는 이들과의 주요 대화에 비춰 우리나라 공공직업훈련기관 수장으로서 갖는 생각은 이렇다.

먼저, 아킴 부소장 말마따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재직자 향상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 기술 발전도 따지고 보면 사람 중심으로 보아야 옳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 해 4만 명 이상의 근로자 교육을 담당하는 폴리텍대학의 역할은 자못 크다. 근로자에게는 노동의 부가가치를, 기업에게는 생산성을 높여준다. 다만 이 훈련이 더욱 성숙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그 결과를 승진 등에 반영함으로써 교육 참여도를 높여야 한다. 응답자의 73%가 훈련 후 승진하거나 더 중요한 일을 맡게 됐다는 2011년 독일 상공회의소 향상훈련 참여자 설문 결과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다.

둘째, 독일 일학습병행제의 대학단계 확대는 부러운 일이다. 우리라고 못할 바 없다. 선진국이 200년 넘게 걸린 경제성장을 50년 만에 압축해서 이룬 민족 아닌가. 독일과 모양이 다를 뿐, 우리나라에도 대학단계의 일학습병행제가 싹트고 있다. 폴리텍이 운영하는 ‘p-tech’이다. 고교단계 일학습병행제를 대학과정까지 연계한다. 참여학생의 89%가 만족하는 걸로 조사됐다. 시행 첫해인 지난해 147명에서 올해엔 263명으로 늘었다. 내년 400명에서 앞으로 더 확대할 방침이다. 한데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필요조건이 하나 있다. 기업의 참여 확대다. 근로자의 초기 숙련과정 일부를 기업 몫으로 보는 성숙한 의식이 요구된다.

셋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문화 콘텐츠와 디지털 교육을 중요시 하는 건 당연하다. 필자는 보다 근원적인 ‘창의성 배양’을 주문한다. 문제는 ‘어떻게 키우는가’에 있다. 기본에 대한 철저한 이해 위에, 발전 히스토리가 더해져야 한다. 과거를 알아야 미래도 볼 수 있고 창의성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폴리텍은 실습장 칸막이를 없애고 있다. 기계계열을 보자. 범용장비인 밀링부터 컴퓨터 수치제어(CNC), 머시닝센터와 3D프린팅까지 이어지는 ‘러닝팩토리’(실습과 함께 시제품까지 제작)로 구성된다. 발전사를 한 눈에 익힐 수 있다. 이렇게 가르쳐야만 창의성을 기대할 수 있다. 폴리텍은 모든 계열에 러닝팩토리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 직업훈련은 지난 50년 간 잘 달려왔다. 1968년 중앙직업훈련원(현 폴리텍대학 인천캠퍼스)부터다. 직업훈련에서도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 이제 세계 어느 직업훈련기관과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과거의 성공에 취해 흘러간 노래만 부르지 않는다. 발목까지 차오른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지레 두려워만 하는 일은 더더욱 없다. 지금처럼 촘촘히 준비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면 될 일이다. 우리도 이젠 스스로를 제대로 평가할 때가 됐다. 알아두자. 우리 곁에도 세계 최고수준의 직업교육기관이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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