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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걱정없이 농사짓는 나라’로 가는 첫 걸음
뉴스종합| 2018-06-05 11:27
‘한비자’의 유로(喩老) 편에 ‘제궤의혈(堤潰蟻穴)이라는 말이 나온다. 개미구멍으로 큰 둑이 무너진다는 뜻으로 소홀히 한 작은 일이 큰 화를 불러옴을 이르는 말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큰 둑을 지키기 위해 작은 개미구멍이라도 찾아 미리 대비하는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태풍, 집중호우, 폭염 등 자연재해로 몸살을 앓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일 년 농사의 성패가 달린 시기에는 그저 몸살 정도로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올 봄만 해도 한반도에는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렸고, 아침 저녁 차가운 기온 탓에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과실수 등 농작물이 많은 피해를 봤다. 5월의 기습적인 우박에 냉해까지 겹쳐져 가을 수확을 기대하기 어려운 농업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자연재해를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개미구멍을 찾는 심정으로 재난 피해를 최소화할 안전망을 갖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농업에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는 제도가 있다. 바로 ‘농작물재해보험’이다.

지난해 겨울 한파는 농업 현장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경북 상주에서 양파를 키우던 류 모씨의 밭도 냉해 피해가 심각해 금년 봄 양파 움을 틔우지 못했다. 다행히도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해 보험료 625만원 중 농가가 부담하는 109만원을 내고 경작불능보험금으로 5074만원을 보상 받아 경영안정 및 영농재개에 큰 도움이 됐다.

‘농작물재해보험’은 태풍·가뭄·한파 등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크게 감소해도 평년 생산량의 일정수준까지 보상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험료의 80%를 지원하고 있어 농업인은 나머지 20%만 부담하면 궂은 날씨에도 걱정없이 농사지을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정부는 올해, 보험 대상작물을 57종으로 확대하고, 주요 작물의 재해범위에 병충해까지 포함했으며, 자기부담비율을 10%까지 낮추는 상품을 개발하는 등 농업인들의 든든한 버팀목 마련에 주력했다. 동시에 태풍과 집중호우에 대비한 배수개선사업 등 농작물 침수피해 방지대책과 기상특보 발생 시 해당지역 농업인에게 재해 정보와 대응 요령을 문자로 전송하는 긴급 대응체계도 운영 중이다. 정부는 기상상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연재해 발생지역과 농작물 피해에 대한 정보를 예측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예측정보와 농업경영체에 등록돼 있는 164만 농업인의 영농정보를 연계해 작물별·생육단계별 대처요령을 맞춤형 문자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전예방 장치를 한층 강화했다.

올 여름은 폭염에 국지성 폭우와 몇 차례 태풍까지 예고되고 있다. 이에 ‘여름철 농업재해대책 상황실’을 지난해보다 10일 앞당겨 내달 5일부터 10월 15일까지 운영해 사전예방 및 응급복구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또한 정부차원의 대비에 발 맞춰 농가 스스로 재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재해 유형별 농작물 및 시설 관리요령’을 알기 쉬운 자료로 제작해 배포할 예정이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자연재해를 대비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와 농업인이 자연재해를 미리 대비하는 일은 이번 정부가 목표한 ‘걱정없이 농사짓고 안심하고 소비하는 나라’로 가는 첫걸음이다. 올 여름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해 농업인의 소득과 삶의 질,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중시하는 사람중심의 농정으로 한걸음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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