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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이용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지금 밭에는 슈퍼 일꾼이 필요하다
뉴스종합|2018-06-05 11:30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모내기철 하면 사람들이 새까맣게 모여 일제히 허리를 구부리고 모를 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모내기철이라고 해도 기계 몇 대가 들판을 오가는 게 전부다. 50년도 안 돼 참 많이 변했다.

농사가 고되다지만 벼농사만큼은 ‘고된 농사일’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1963년 한 업체가 국내 최초로 경운기를 도입하고 1970년대 나라가 나서 농기계 개발을 지원하면서 ‘농업기계화’라는 신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다. 벼 수확작업은 7단계에서 2단계로 줄었고, 인력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현재 벼농사는 거의 모든 과정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다. 벼가 88번이나 농부의 발소리를 들어야 쌀이 돼 상에 오른다는 말은 기계화 덕분에 옛날이야기가 됐다.

그러나 밭농사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밭농업 기계화율은 지난해 기준 58.3%로 97.9%의 벼농사에 비해 현저하게 저조하다. 밭은 논과 달리 경지가 정리되지 않은 곳이 많다. 게다가 재배 작물은 다양한데다 지역이나 사람에 따라 재배 양식과 방법도 달라 기계 적용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문제는 자급률 100%에 달하는 쌀 소비량은 점점 떨어지는데 밭작물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우리나라 밭작물 자급률은 10% 조금 넘는 수준으로 대부분의 밭작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이 한창이다.

하지만 벼농사보다 수입이 높아도 일손 귀한 농촌에서 품 많이 드는 밭농사로 전환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밭농업기계’에 거는 기대는 상상 이상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밭농업기계화율 75%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밭마다 기계를 들일 순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속도를 낸다면 벼농사만큼의 기계화율도 결코 먼 나라의 일은 아닐 것이다.

농촌진흥청은 밭작물 맞춤형 농기계와 함께 주요 10개 작물의 모든 과정을 기계로 처리할 수 있도록 기술 연구와 개발에 총력 매진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ㆍ여성화 되고 있는 농촌 현실에 맞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소형ㆍ경량ㆍ자동화 농기계 개발에 역량을모두 쏟아 붓고 있다. 기계화에 알맞는 품종을 개발하고 어느 밭에서나 기계를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재배양식과 방법을 표준화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이렇게 개발된 기술들은 평가회와 연시회를 거쳐 현장에 빠르게 보급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 대식가’라는 제목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마른 남성과 그 앞에 놓인 엄청난 높이의 고봉밥! 당시에는 농사가 힘들어 그만큼 먹어도 다들 홀쭉했단다.

백 년 사이 고봉밥을 먹고 온종일 땡볕에서 일하던 남성은 사라지고 기계가 벼농사를 짓는 시대가 됐다. 이제 밭에도 ‘밭농업기계’라는 슈퍼 일꾼을 들여 농촌이 한층 더 여유로워지고 우리 농업이 안정된 미래를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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