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의 ‘숨길’ 나비로 날다…추상미술의 또다른 언어…
기사입력 2018-06-11 11:06 작게 크게
금호미술관서 내달 1일부터 ‘플랫랜드’展
최선作 ‘나비’…다른 무늬로 펼쳐지는 삶
인간의 번뇌 담은 ‘땡땡이 화가’ 김용익
현대 한국사회의 현실·미감 되돌아보기

수 백, 수 천의 푸른 나비가 캔버스에 내려앉았다. 이 나비는 푸른 잉크를 캔버스에 떨어 뜨린 뒤, 사람이 숨으로 불어서 그렸다. 숨결이 닿은 곳과 닿지 않은 곳이 길처럼 갈렸다. 나비는 개개인의 ‘숨의 길’인 셈이다.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 중앙시장의 외국인 노동자, 노인복지센터에서 계시던 어르신들, 2살 어린이, 발달장애인, 학생, 주부, 직장인 등 안산 부산, 시흥, 서울, 인천에서 만난 이들이 자신의 숨으로 나비를 완성했다.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 최선(45)작가의 작품 ‘나비’(2014-2017)다. 최 작가는 북한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완성한 숨길이 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면 좋겠다고 했다. 최근 상황을 보면 마냥 바람만은 아니다.

미술관 흰 벽에 연필로 동그란 원이 그려졌다. 하나 둘 이어지는 원은 캔버스를 만나 ‘땡땡이’가 되기도 하고 위로 아래로 자유롭게 제 갈 길을 간다. 가끔 벽에 걸린 캔버스가 원의 존재를 드러나게 할 뿐이다. 결국 작품은 캔버스가 아니라 전시장 전체다. 땡땡이는 인간의 번뇌, 캔버스는 인간을 비유한다. 공간 중앙에 걸린 빈 캔버스는 번뇌가 없는 곳, 즉 유토피아다. ‘땡땡이 화가’로 유명한 김용익(71)의 장소특정적 설치작품 ‘유토피아’(2018)다. 

최선, 나비 Butterflies, 2014-2017, 캔버스에 잉크, 각 160x914cm (6점).


현대미술이 ‘난해하다’는 딱지를 받게 만드는 주역, ‘추상’에 대해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금호미술관은 6월 1일부터 기획적 ‘플랫랜드’를 개최한다. ‘구상’과 대척에 있는 ‘추상’을 통해 산업화된 현대한국사회의 현실과 미감을 되돌아본다. 전시에는 김규호, 김진희, 박미나, 조재영, 차성언, 최선 등 20~40대 작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김용익까지 참여해 한국 추상미술의 현재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김용익, 유토피아 Utopia, 2018, 캔버스 및 벽면에 연필, 비닐 시트, 가변크기.


드러난 작품들은 비정형적 형태와 색감으로 이루어진 추상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출발은 다 다르다. 베틀을 이용해 천을 짜는 ‘직조’를 통해 근대 추상회화를 참조하고 전유하는 회화작업을 선보이기도 하고(차승원), 물감회사에서 임의로 지정한 12색을 비교하며 사회 구조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고하자고도 한다(박미나). 라디오나 MP3등 삶의 시간을 공유한 일상의 사물을 최소로 분해하고 재조립하며 보이지 않던 사물의 구조를 드러내는가 하면(김진희), 날마다 수도없이 드나드는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추상도 있다(김규호). 일상에서 사용하는 사물의 외피만 벗겨 전시장에 설치, 알맹이는 버리고 외피만으로 조각같기도 가구같기도 한 작품도 나왔다(조재영). 

차승언, 금호미술관 플랫랜드 전시전경, 2018


김윤옥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 제목 ‘플랫랜드’는 19세기에 출간된 에드윈 애벗(Edwin A. Abbott)의 소설 ‘플랫랜드 Flatland)’에서 착안한 것”이라며 “2차원 세계인 플랫랜드의 정사각형이 3차원과 0차원 등 다른 차원의 세계를 경험하게 되면서 공간과 차원을 새롭게 인식하는 이야기처럼 이번 전시 ‘플랫랜드’는 작가들이 환경ㆍ상황 인식의 도구로 사용하는 추상에 주목해, 오늘날의 맥락 속에서 작가들이 이를 어떻게 자신의 언어로 구체화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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