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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그 위험한 건강학 ①] ‘직장 내 갑질’, 참다가 속병 깊어진다
라이프| 2018-06-14 09:47
-최근 한진그룹 일가 ’갑질 논란‘ 속 재조명
-정신질환 산재 인정건수 최근 9년새 5.3배↑
-“지속적 스트레스,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야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최근 갑질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해결돼야 할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행태로 ‘갑질 논란’이 촉발되면서 사회 곳곳에 만연된 폐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갑질 피해자의 스트레스에 대한 사회적 보호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였던 대한항공의 박창진 전 사무장은 사건 이후 계속된 스트레스로 뒤통수에 양성 종양이 생겨 최근 제거 수술까지 받았다. 박 전 사무장의 사례처럼 ‘직장 내 갑질’은 각종 스트레스를 일으켜 직접적인 신체 질환까지 야기한다. 일부는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고립된 상황에서 일방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다양한 신경정신계 질환과 신체 질환에 노출된다. [제공=자생한방병원]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 질환 관련 산재 신청은 급증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26명이 정신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24건에 불과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9년 새 5.3배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인정받은 126건의 정신질환 산재 중에서는 우울증이 5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적응장애 32건 ▷급성 스트레스장애 8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21건 ▷기타 12건 ▷불안장애 1건 등의 순이었다.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회사다. 회사에서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답답함에 몸부림을 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자생한방병원의 엄국현 원장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사나 팀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는 쌓여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를 호소할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 가장은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가족 생각에 직장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감내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방안’ 보고서를 보면 최근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6.3%나 됐다. 피해 유형으로는 ‘협박, 명예훼손, 모욕 등 정신적인 공격(24.7%)’과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과대한 요구(20.8%)’가 가장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상담 경험이 없는 노동자도 66.7%에 달해, 대부분 속으로 삭이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엄 원장은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신경계에 기능 이상을 가져와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갑질에 대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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