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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팀 이동거리 9008㎞…거대한 땅에서 만나는 월드컵
뉴미디어| 2018-06-14 17:17

‘지구촌의 축제’ 21회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오늘(14일) 개막한다. 월드컵은 이달 14일부터 다음달 15일까지 러시아 11개의 도시에 위치한 12개의 경기장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독일에서 개최한 2006년 이후 12년 만에 유럽에서 열리는 것으로, 월드컵 사상 첫 번째 동유럽 개최로 기록됐다. 러시아는 역대 개최국 가운데 국토가 가장 넓은 나라이자 가장 추운 나라이다.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11시간의 시차가 난다. 각 대표팀의 이동 편의를 위해 경기는 러시아의 유럽 지역에 있는 도시에서만 한정해 개최된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발트해에 인접한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 휴양지 소치 등이다.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heana@heraldcorp.com]

   최북단-최남단 직선거리 1900㎞, 서울-부산 6배

최북단 경기장이 위치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최남단 소치까지의 직선거리는 1900㎞에 달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 325㎞보다 약 6배 멀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월드컵이 열리는 11개 도시 중 위도가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한여름에는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백야(白夜)가 나타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밤 11시가 넘어도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새벽 4시 정도가 되면 날이 밝아온다.

최서단 경기장이 위치한 칼리닌그라드와 가장 동쪽에 있는 예카테린부르크의 직선거리는 2400㎞이다. 러시아 본토와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를 끼고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사이에 위치해 있다. 수도 모스크바에서 제일 먼 곳은 소치와 예카테린부르크인데 각각 비행기로 2시간 반을 가야한다.



  
메뚜기떼, 나대지마라

월드컵 기간 중 러시아 남부가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영국 BBC 등은 올해 초 월드컵 개최도시 중 볼고그라드가 메뚜기떼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지목했다. 볼고그라드는 이달 18일 잉글랜드와 튀니지의 첫 경기 등 조별리그 4경기가 펼쳐진다. 다행히 아직 이 지역에 메뚜기떼가 나타났다는 보도는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 남부는 2015년 여름 30여년만에 참새 크기의 메뚜기떼 습격을 받아 비상 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당시 현지 언론은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 균형이 깨진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베이스캠프 숙소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뉴페터호프 호텔 전경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백야의 도시에 적응할 수 있을까

20년 전인 1998년 드라마 ‘백야 3.98’이 방영됐다. 최민수 심은하 이병헌 신현준 이정재 등 당대 최고스타들이 총출연해 주목받은 드라마였다. 제목 백야는 낮같이 환한 북구의 밤을, 3.98은 비행기의 속도 즉 마하(음속)를 뜻한다. 평범한 여객기의 속도는 마하 0.85(1040㎞/h) 정도다. 이 드라마를 통해 러시아 등 북구 나라의 백야 현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졌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백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모스크바보다 북쪽에 있지만, 해양성 기후를 보여 평균 기온은 오히려 더 높아 생활과 훈련에 적합한 도시다. 대표팀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베이스캠프로 결정한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백야 적응이다. 밤 11시 이후에 해가 지고 새벽 4시쯤 해가 뜨는 백야를 대다수 선수가 경험해 보지 못해, 자칫 수면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이에 선수들이 지내는 방은 암막 커튼으로 햇빛을 완전히 가렸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러시아 현지 첫 훈련에 나선 13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에 일어났을 때 전혀 문제가 없었고, 리듬도 깨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래픽=이해나 디자이너 heana@heraldcorp.com]

  
한국 1∼3차전 왕복 이동거리 9008㎞

월드컵 본선 참가국에게 베이스캠프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이동거리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월드컵 기간 각 팀들은 베이스캠프에서 훈련하다 FIFA가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조별리그 경기가 열리는 각 도시로 이동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별 경기장으로 이동하기에 나쁘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1차전 장소인 니즈니노브고로드(18일 스웨덴전)까지는 1140㎞ 거리다. 마하 0.85(1040㎞/h) 여객기로 비행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린다. 2차전 장소인 로스토프나노두(24일 멕시코전)까지 1824㎞(2시간 15분), 3차전 장소인 카잔(27일 독일전)까지 1540㎞(1시간 50분)다. 한국 대표팀의 조별리그 1∼3차전 왕복 총 이동거리는 9008㎞다. 같은 조 독일은 모스크바에 베이스캠프를 차렸고, 왕복 총 이동거리는 4968㎞에 불과하다. 멕시코는 모스크바에서 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힘키를 캠프지로 정했고, 1∼3차전 총 이동거리는 5848㎞다.

스웨덴은 모스크바에서 다소 먼 흑해의 휴양지 겔렌지크를 베이스캠프로 정했다. 겔렌지크는 독일과 2차전이 벌어질 소치와 249㎞로 가깝다. 독일전에 집중하겠다는 의도가 보인다. 스웨덴의 왕복 총 이동거리는 9332㎞로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4년 전인 브라질월드컵 때 우리 대표팀의 조별리그 1∼3차전 왕복 총 이동거리는 5152㎞였다. 당시 같은 조 러시아와 알제리, 벨기에보다 길어, 이동시간이 선수 몸 상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번 월드컵의 경우에는 스웨덴의 이동거리가 한국보다 길다. 조별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괜한 이동거리 탓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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