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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뒤집어 버리라고?
뉴스종합|2018-06-18 11:35

뒤집어도 될 게 있고, 뒤집어선 곤란한 게 있다.

전자는 축구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16강 전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어디 하나 만만한 팀이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만 봐도 그렇다. 같은 조 독일이 1위이고, 멕시코는 15위, 스웨덴조차 24위다. 57위 한국이 넘기엔 버거운 상대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수십 차례 골 찬스를 잡고도 골을 넣지 못한 강팀이 단 한번의 찬스를 골로 연결한 약팀에 무릎을 꿇는 게 축구다. 이러한 축구의 의외성이 흥행을 보장하는 수표이기도 하다. 우리 축구대표팀이 선전을 펼쳐, 예상을 뒤집고 16강에 진출한다면 5000만 국민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반대로 뒤집어선 안 되는 게 있다. 법과 원칙에 따랐던 정부 정책이나 방침이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뒤바뀐 정책과 방침이 한둘이 아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앞장서 뒤바꿨다. 공정위는 지난해, 순환 출자 해석지침의 유권해석을 변경해 삼성SDI로 하여금 보유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라고 명령했다. 보유지분 중 일부만 매각해도 된다고 했던 박근혜 정부 당시 지침을 뒤집은 거다.

금융위도 보험사의 보유지분 평가 해석을 바꿔, 삼성생명에게 보유중인 삼성전자 지분(8.23%) 중 보유 한도 3%를 초과하는 주식을 매각하라고 압박했다. 뿐만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 계좌에 대한 입장을 번복해, 과징금을 부과했다. 현행법상 제재할 방법이 없다던 애초 판단은 온데간데 없다.

새 정부 들어 수개월 새 원장이 세 번이나 바뀌었던 금융감독원도 지난 정권 당시 상장허가 판단에 잘못을 인정이라도 하듯,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했다며 제재방침을 통보했다.

이러한 뒤집기 결정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삼성 계열사가 연관된 터라, 청와대가 진두 지휘하는 재벌개혁, 보다 구체적으론 ‘삼성 패기’라는 정치적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문제의 당국들은 당당하다. “비정상의 정상화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는 ‘지극히 자발적인 결정’이라는 거다.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은 없다. 대법원이 재판거래 의혹으로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된 지경에 이르렀는데, 고작 이전 정부 판단을 문제 삼는 게 뭐 대수냐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싶다. 이들이 경제ㆍ금융 검찰이기를 바랐던 기대 때문이다. 금융위, 공정위, 금감원의 수장은 검찰총장처럼 3년 임기가 보장돼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림 없이 올곧게 법을 집행하라는 취지에서 임기를 정한 것이다. 중요한 사안일 때 위원회 결정을 따르게 한 것도 공통점이다. 집단지성의 힘을 상징해 온 부처이거나 감독기관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이 앞선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왜 일까. 신뢰에 금이 가고, 결국에는 령(領)이 서지 않을 일을 왜 자초하는 걸까. 조직의 수장 임기가 3년이지만, 임기를 보장했던 정권이 거의 없었던 터라, 시위하는 건 아닐까.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강조한 윤석헌 신임 금감원장의 취임 일성을 비꼬았던 한 금융위 핵심당국자의 말이 번뜩 떠오른다. ”감독부처로부터의 독립을 말하기 전에,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게 순서 아닙니까?”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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