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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이민화 KCERN 이사장·KAIST 교수]“보수의 환골탈태, 진보의 내부혁신 시급”
뉴스종합| 2018-06-20 11:21
국가는 성장과 분배라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는 상극이면서 상생이 돼야 한다. 보수의 궤멸은 진보의 위기라는 점에서 현 상황에 대한 소견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복기해보면 이번 선거 결과는 2006년 지방선거의 판박이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거둔 광역단체장 1/16, 기초 단체장 19/230은 지금 자유한국당의 2/17와 53/226보다 더욱 참담한 실적이었다. 경제 부진의 결과였다. 그리고 진보는 절치부심 노력하고 보수는 안이하게 안주한 결과 12년 후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불과 2년 전인 2016년 총선의 예상은 민주당의 참패였다. 그런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박, 비박 논쟁 촉발로 선거결과는 예상을 뒤엎고 여소야대가 됐다.

당시 진보의 근거지인 호남은 문재인 현 대통령보다 새로운 세력을 선택한 바 있다. 빈사상태였던 민주당의 구원투수는 보수세력의 내부다툼이었다. 당시 비박 인사들이 당을 깨고 나온 결과 놀랍게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진보는 와신상담을 하는데 보수는 집안싸움을 한 결과였다.

그동안 진보 인사들은 숱한 조찬모임과 분야별 활동을 지속하여 내부 역량을 키워왔다. 그런데 보수 인사들의 노력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보수는 이제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받아들여 와신상담을 거듭해야 국가에도 미래가 있다. 보수든 진보든 한 진영의 궤멸은 국가의 한 쪽 날개가 떨어져 추락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혁신 보수로 2020년 총선과 다음 대선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단기적인 정치공학이 아니라 멀리 보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 보수의 기본가치인 성장의 철학을 1979년 영국 대처 수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진보는 성장을 위한 분배를 지향한다면 보수는 분배를 위한 성장을 지향해야 일류국가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다. 상대방을 때려잡자는 후진국적 대결논리는 이제 종언을 고할 때가 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진영논리와 정치공학적인 보수의 인물들로는 구현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널리 젊은 인재를 영입해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해야 한다. 치열한 논쟁을 통해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

과거 보수진영의 미래를 공부하던 주축세력이 만든 미래당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 진실로 분배를 위한 성장의 철학과 전략, 전술을 제대로 수립하고 이념을 전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2020년을 대비하라.

진보는 지금 당장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것이나 호사다마라는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항상 성공은 실패의 어머니다.

현재 진보의 직접분배 위주의 정책은 당장은 다수국민의 환영을 받으나, 조만간 국가 곳간을 비게 하고, 다음 세대에 빚을 넘기게 된다. 세금으로 만드는 저부가 일자리는 고부가 민간 일자리를 내쫓게 돼 결국 일자리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제 진보는 성장을 위한 분배로 내부혁신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정권 창출의 일등 공신인 민노총과 전교조 세력과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내부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2년후 경제 부진을 인한 총선 패배는 필연적 결과가 될 것이다.

이제 충분한 힘을 갖춘 진보정권은 단기전략인 우리편 챙기기는 버려도 된다. 장기전략인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챙기는 내부혁신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진보는 성장을 위한 분배로, 보수는 분배를 위한 성장으로 각각의 역할을 교차시켜보는 선순환 사회 구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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