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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폭격의 현장 다라야…폐허더미 아래 도서관이…
라이프| 2018-06-22 11:04
국제전으로 비화된 시리아 내전은 10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만들어내면서 8년째 이어지고 있다. 반군의 저항도시 중 하나로 4년동안 정부군에 의해 봉쇄됐던 다라야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진 건 도시의 처참한 폭격의 현장이 아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그 폐허 더미 아래 지은 지하 비밀도서관이었다.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던 평범한 학생 아흐마드는 2013년 어느날, 친구들을 따라 지원부대 활동 중 무너진 집터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책더미를 발견한다. 파괴되고 무너지고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책은 그에게 기이하게 보였다. 그는 책 한 권을 집어들고 책장을 넘겼다. 단어들이 몸 속을 흐르며 그는 전율했다. 그는 평소 책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책을 가슴에 꼭 껴안은 그는 친구들과 바삐 책을 수습해 트렁크 가득 싣고 돌아온다. 그리고 본격적인 책 수집에 나선다.

공습이 잦아드는 때를 타 버려진 집과 무너진 사원, 사무실 등에서 맨 손으로 책 발굴작업을 벌였다. 그렇게 한 달동안 수집한 책이 1만 5000여권. 그들은 책을 보관할 곳, 시리아의 자산을 지켜낼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로 한다. 나무 널빤지를 재단해 서가를 만들고 분류체계까지 만들어 버젓한 도서관을 만들었다. 사람들은 목숨에 매달리듯 책에 매달렸다.그렇게 만든 지하 비밀도서관에는 총알을 피해 매일 평균 25명의 독자들이 찾아왔다. 아이와 여자들은 남자들이 빌려온 책을 집에서 읽었다.

한 달에 600여 차례의 폭격이 가해지는, 목숨이 경각에 달린 지경에 왜 이들은 책에 빠져든 걸까? 책은 이들에게 가장 안전한 피난처였고 고통과 아픔의 치유의 방이었다. 이들은 목마름과 똑같은 문화갈증을 느꼈고, 지옥같은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길을 책 속에서, 자신 안에서 발견했다.

프랑스 출신의 저널리스트 델핀 미누이는 시리아의 젊은 사진작가 모임인 ‘시리아 사람들’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다라야의 비밀도서관 사진을 발견하고 스카이프와 왓츠앱에서 이 도서관의 공동설립자인 아흐마드의 흔적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와 인터넷으로 접촉, 라다야의 현실과 책으로 된 피난처의 소식을 듣고 책을 쓰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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