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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두현의 클래식에 미치다] 클래식 들으려면, 예습은 필수다?
라이프| 2018-06-22 11:33
자동차 구동원리 몰라도 운전하듯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 존재
쉬운 곡부터 시작…상상하며 들어라


“전 대학 와서 클래식이 좋아졌어요. 그런데 제가 왜 클래식에 빠지게 되었는지 아세요? 클래식만큼 학문적으로 깊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이 없거든요.”

몇 해 전 친한 동생이 한 말이었다. 영국의 한 명문대학 신문에 다양한 음악 정보와 칼럼을 취미삼아 쓰고 있던 그에겐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교 시절부터 클래식이 좋았던 나로서는 그의 말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물론 클래식 음악만큼 깊게 파고들 수 있고, 역사와 철학, 정치, 타 예술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장르는 없다. 그래서 빠지긴 어려워도,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든 것이 클래식이다.

그렇다고 꼭 알고 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구동원리 몰라도 운전을 즐길 수 있듯, 사전지식이 없어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게 클래식이다. 대중음악처럼 음악 자체로 감상해도 좋다. 굳이 곡의 의도를 파악하지 않더라도 음악에서 나오는 특정한 감정을 음미해도 좋다. 그리고 작곡가도 관객이 자신의 음악을 어렵게 듣기보단 자연스럽게 빠져들기를 바랄 것이다. 작곡가의 경험, 지식들은 이미 곡에 녹아들어 있다. 고민과 분석을 관객이 할 필요는 없다. 역대 위대한 작곡가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언어보다는 음악으로 표현했고, 사실 그것이 작곡가의 본분이다.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제공=목프로덕션]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사실 알고들을 때 더 잘 들리는 부분도 있다. 그렇다고 매번 해설 음악회나 렉처 콘서트를 쫓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나. 클래식 음반을 사도 영어로 된 지루한 평론가들의 해설이 대부분이고, 음원 서비스에는 해설은 커녕 작곡가의 탄생년도조차 없다. 인터넷으로 곡 내용을 찾는 것은 더 귀찮다. 이쯤되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음악을 들어야하나’라는 푸념이 나온다. 

사전지식 없이 클래식을 듣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첫 번째는 쉬운 음악부터 듣자. 모차르트나 베토벤, 브람스 같은 작곡가들도 쉽고 단순한 음악들을 많이 작곡했다. ‘엘리제를 위하여’, ‘헝가리 무곡’, ‘자장가’, ‘터키 행진곡’ 등 듣는 순간 귀에 쏙 감기는 선율의 음악들이 있다. 작곡가조차도 즐기는 희유곡 수준으로 작곡했기 때문에 특별한 사전지식 없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음악들이다. 그리고 이런 음악들이 생각보다 무궁무진하다는 걸 기억하라.

두 번째는 우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대곡들의 본질을 알고 듣는 방법이다. 그 본질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로 ‘너무 길고,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오페라 같은 곡들이 그런 경우다. 이런 곡들을 들을 때는 가장 먼저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작곡가가 확정지은 내용이나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감상자의 경험과 기억, 생각, 감정들을 가지고 음악을 들어야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상상을 하라’는 것이다. 작곡가의 의도에서 벗어난 상상이어도 좋다. 상상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와 감정을 이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연주자들은 자신만의 상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상은 한 시간짜리 곡을 들으면서도 지루함을 없애고 행복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다. 그렇게 듣다보면 어느 순간 작곡가의 인생이나 내용이 궁금해지고,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겠다. 많은 애호가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클래식과 사랑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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