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배가 침몰하는데도 계파 다툼만 벌이는 한국당
뉴스종합| 2018-06-22 11:24
6ㆍ13지방선거에서 철저하게 국민적 심판을 받았고, ‘거듭 태어나겠다’며 석고대죄까지 했지만 결국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21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보수가 궤멸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참담한 패배를 당하고도 통렬한 반성의 빛을 보이기는 커녕 계파 갈등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매몰돼 네탓 공방만 난무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고 미몽에서 빠져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모습이 한심할 뿐이다.

실제 의총에서 나온 발언들을 보면 한국당의 상황인식 수준이 어느정도인지 금세 알수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고작 나오는 소리가 한 초선의원의 메모를 문제삼으며 “당을 나가라”는 것이다. 김성태 권한 대행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다시 싸우는 구조는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히려 “김성태 사퇴하라”는 소리만 들어야 했다.

이 와중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법리 문제를 따지는 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이 실패하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도 모자라 이런 요행이나 바라는 정당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물론 이번 의총에서도 쇄신과 반성, 혁신, 새로운 보수 가치 등의 말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진정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고장 녹음기 돌아가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의제에 올랐던 당 혁신안은 논의다운 논의도, 아무 결론도 없었다. 80명이 넘는 소속 국회의원이 5시간이 넘는 의총 내내 치열하게 다툰 것은 계파간, 초선과 중진들간 책임을 떠넘기기였다.

한국당은 폭풍우에 난파 당한 배와 같은 신세다. 힘을 다시 모아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가도 살아날 가망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위기를 헤쳐나갈 방도를 찾기는 보다 이전투구식 싸움만 하고 있으니 회생불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게 도리어 이상할 지경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한국당에 던진 메시지는 너무도 분명하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 처음부터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 전제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다. 배가 침몰하는 상황에서 친박이니, 비박이니 가릴 계제가 아니다. 지금의 한국당을 구성하고 있는 인적 자원은 모두가 쇄신 대상이다. 그나마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무한 책임을 지는 모습과 함께 참신한 구원투수를 영입해 새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2년 뒤 총선에서의 민심 향배도 이번 선거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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