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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올 초 ‘투기지역’ 폐지 시도… 규제지역 조정되나
부동산| 2018-06-22 11:30
조정지역에 비해 양도세 가벼워
1월 폐지 절차 밟았지만
대출 규제 역할 있어서 유지
투기과열지구 지정 1년… 조정 검토할 듯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올해 초 투기지역 제도 폐지를 추진했지만 결국 유지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월8일 투기지역 제도를 폐지하는 취지의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당초 시행령 168조의3에는 투기지역 지정 요건이 규정돼 있었다. 물가 상승률보다 집값 상승률이 30% 이상 높은 등 부동산 경기 과열 우려 지역에 대해 국토교통부장관이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 요청하면, 기재부장관이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지정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개정안은 해당 부분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정 요건이 삭제되면 더 이상 투기지역을 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제도 폐지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기재부 관계자는 폐지를 추진한 이유에 대해 “청약조정대상지역과 세법상 규제의 내용이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 1가구가 주택이나 분양권을 3개 이상 보유한 경우 매매할 때 양도소득세가 10%포인트 더 무겁게 부과됐는데, 청약조정대상지역은 지난 4월부터 2주택자는 10%포인트, 3주택 이상은 20%포인트 중과된다. 분양권도 양도세율이 10%포인트 높은 50%로 일괄 적용된다. 청약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인한 규제가 더 강력해서 굳이 투기지역을 지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투기지역의 다른 규제 효과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차주당 1건이 아닌 세대당 1건만 가능하도록 규제가 강화됐다는 점이다. 이 규제는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기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1주택 가구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할 경우에도 대출이 제한되는 효과가 있다. 이에 기재부는 입법예고했던 개정안을 철회하고 투기지역 제도를 현재도 그대로 남겨뒀다.

[이미지=현재 지정돼 있는 부동산 규제 지역]

투기지역은 8.2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ㆍ용산ㆍ성동ㆍ노원ㆍ마포ㆍ양천ㆍ영등포ㆍ강서구와 세종시 등 12곳이 지정돼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높지만, 특히 노원구의 경우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투기지역 지정 직전에는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현재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의 타격을 가장 크게 입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노원구가 서울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더 규제돼야 할 이유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규제 해제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 기존에 이 지역에서 활발했던 갭투자가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재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곳들의 규제 지속 여부를 조만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과열지구는 1년마다 유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데, 어느덧 다주택자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1년이 다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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