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데스크 칼럼]보유세의 디테일…‘분풀이’도 ‘분통’도 안돼
뉴스종합| 2018-06-25 11:23
조선 태조는 한양을 새 도읍으로 정하면서 계급별로 집터(家垈)의 크기를 신분별로 제한한다. 일종의 ‘신도시’ 인구계획이다. 태조실록 4년을 보면 1품 관료가 부수(負數)로 1365평이었고, 3품이 975평, 6품이 390평, 7품이 312평, 9품이 156평으로 제한됐다. 일반 서민은 78평이었다. 하지만 한양의 인구가 늘어나면서 제한이 강화된다.

이후 경국대전을 보면 품계별 한도 통합이 이뤄진다. 왕의 적서자(嫡庶子)들이 1170~97평, 1·2품이 585평, 3·4품이 390평, 5·6품이 312평, 7품 이하가 159평으로 크게 줄어든다. 다만 서민은 78평으로 유지된다. 지배층의 택지수요는 제한하되 서민의 최소 주거공간은 유지한 일종의 부동산 대책이었다.

세종 때에는 이른바 칸수(間數) 제한도 이뤄진다. 대군은 60칸, 군·공주는 50칸, 2품 이상은 40칸, 3품 이하는 30칸, 서민은 10칸 식이다. 하지만 호화주택에 대한 가진 자들의 열망이 커지면서 조선 후기로 가면 궐보다 단 1칸만 적은 99칸짜리 저택들이 등장한다.

이른바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됐다. 그런데 반응이 엇갈린다. 한 쪽에서는 “세금폭탄”이라며 울상이고, 다른 한 쪽은 “이게 다냐”며 발끈한다. 사실 당장 세부담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점에서 ‘폭탄’이라고 하긴 다소 지나치다. 그렇다고 보유세 강화 목적이 부자들을 세금으로 ‘처벌’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사실 이번 대책은 꽤 ‘디테일(detail)’이 돋보인다. 종합부동산세법 1조가 밝히는 법의 목적은 부동산보유에 대한 조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부동산 가격안정을 도모해 지방재정의 균형발전과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형평의 문제는 결국 과표기준이다. 현행법의 ‘6억 이상 주택’ 기준은 2005년에 만들어졌다. 13년 전의 기준이 그대로 쓰이니 ‘낮다’고만 할 수 없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서 ‘적정가격’인 공시가격이 문제다.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이지만 실거래가와의 차이가 너무 크다. 고가주택일수록 그렇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정하기 나름이다. 앞으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세부담상한제 때문에 급격히는 못 올리겠지만, 완만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실거래가에 근접시킬 수 있다. 결국 고가주택을 보유하는 부담은 앞으로 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이게 다냐”라는 불만이 맞을 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렇다고 비싼 집에 산다고 해서 비정상적인 ‘세금폭탄’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다주택자는 몰라도 실거주하는 1주택자라면 보유자체에서 얻는 이익은 제한적이다. 이들은 매매를 통해서만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살고 있는 집이 비싸진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구제장치 역시 정교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더 크고 좋은 집에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재산과 소득에 걸맞는 세금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보유세 개편이 형평 제고를 넘어서는 징벌적 수준으로까지 가서는 안된다. 아울러 가격안정 수준을 지나쳐 가격통제로 왜곡되서도 곤란하다. 섬세한 실행을 기대해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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