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영양 경찰 피습 사망…공권력 회복 계기로 삼아야
뉴스종합| 2018-07-09 11:25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범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경북 영양파출소 소속 김선현 경위는 지난 8일 112신고 출동 현장에서 범인과 대치하던 중 불의의 참변을 당했다. 함께 나간 동료 경찰관 1명도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니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다.

경찰관에게 주취, 또는 흉기 난동을 부리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파출소 기물을 부수고, 경찰에게 욕설을 하거나 폭행을 행사하는 일이 다반사다.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인데도 이제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가 됐다. 그만큼 우리 공권력의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공권력(公權力)이 공권력(空權力)이 됐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실제 우리 공권력의 권위는 추락할대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3년 동안 공무를 집행하다 폭행을 당해 숨지거 부상을 입은 경찰, 소방관, 해양경찰 등이 2000건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이번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가해자는 조현병을 앓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공권력을 평소 가벼이 여긴 결과다.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찰청장, 소방청장이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에 대한 폭행과 언어폭력을 멈춰달라’는 기자회견을 하는 나라는 한국 말고는 없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제복 공무원’이 위험에서 보호받지 못하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들 몫이다.

공권력의 위상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솜방망이 처벌’ 탓이 크다. 공권력을 함부로 대해도 기껏 벌금형을 받거나 훈방 등 처벌이 극히 미미하다. 얼마전에도 경찰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한 20대 청년이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다행히 발사된 태이전건 핀이 옷깃을 스쳐 큰 위험은 없었다고 한다. 문제는 위험 정도가 아니라 행위 그 자체다. 상해 여부를 떠나 경찰에게 테이전건을 쏜다는 사실이 심대한 공권력 훼손행위라는 것이다. 공권력에 대한 도전은 무관용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공권력이 살아야 사회질서와 민생 안정이 비로소 가능하다.

영양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민원이 봇물을 이뤘다. 경찰이 무장을 하고도 소극적인 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이런 참사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하긴 조금만 적극 대응했다가는 과잉진압 논란에 휩싸이고 심한 경우 민사 피해 보상까지 경찰관이 떠안아야 하니 몸을 사리는 경찰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공권력의 권위를 되찾기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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