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현장에서] 위기감은 커져만가는데, 기업관은 요지부동
뉴스종합| 2018-07-09 11:19
지난 6일 삼성전자가 증권가 추정치에 못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15조원이 붕괴됐고 지난해 2분기 이후 이어지던 실적 신기록 행진 또한 제동이 걸렸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2% 넘게 하락했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14조원이 넘는 거대 영업이익을 창출하는 기업을 두고 공연히 호들갑을 떤다 핀잔을 준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기형적인 구조를 알고도 이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착시효과’ 용어를 탄생시킨 주인공이다.

슈퍼사이클에 힙입은 반도체산업의 호황은 지난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3년만에 3%대 위로 올려놓았다. 반도체 호황이 없었다면 2%대 성장이 불가피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상장사 439개사의 재무지표를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437개 상장사의 영업이익 합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경제를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경제’라 요약하곤 하지만 이제는 ‘반도체 위주의 수출 주도형 경제’로 표현하는 게 보다 정확하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을 일시적 현상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하반기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이미 올해 경제성장률은 1년 만에 2%대 복귀 전망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 전쟁에서 비롯된 대외 여건은 갈수록 비관적이다.

상황은 이처럼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경제 활동의 핵심 주체인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처럼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소득 양극화의 주범이자, 적폐의 대상으로 낙인찍힌데서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기업은 곧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다.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남발되고 있는 구속영장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최근 행보는 변하지 않는 기업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물벼락 갑질’에서 촉발된 한진가(家) 수사는 속된 말로 정권에 ‘찍혔다’는 말이 널리 회자되는 사례다.

가족 전체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 전무 등에 대해 모두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하지만 하나같이 기각됐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위, 국토부 등으로부터 3개월간 13차례나 되는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압수수색은 비단 한진그룹 뿐 아니라 삼성그룹과 LG그룹,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으로까지 번지며 마치 일상이 된 모양새다.

이밖에도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재벌 총수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데 이어 국민연금공단도 곧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 했다. 재계는 몹시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기업의 경영권을 간섭받게 될 가능성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하는 자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 청와대는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현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삼성 총수의 만남은 처음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정부가 기업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재계의 기대감이 상당하다. 더구나 최근 지방선거를 마친 정부에서 ‘경제’라는 단어가 자주 들리기 시작하는 시점이어서 더욱 그렇다.

‘적폐청산’의 구호로 지방선거에서 압도적 대승을 거둔 문재인 정권은 총선과 대선 등 이어질 굵직한 선거의 승리 요소로 ‘민생’을 꼽은 듯 하다. 해답은 간단하다. 고용과 투자의 절대 주체는 단연 기업이다. 기업이 살면 자연스레 민생도 산다. 부디 이번 만남이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기업을 대하는 시발점이 되길 바랄 뿐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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