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국당, 지금이 막장 드라마 찍을 때인가
뉴스종합| 2018-07-13 11:20
6ㆍ13 지방선거에서 정치사에 찾아 보기 힘든 참패를 당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도 자유한국당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당 쇄신을 통한 활로를 찾기는 커녕 여전히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으로 갈라져 연일 진흙탕 싸움만 벌이고 있다.

12일 열린 의원총회는 지리멸렬한 한국당의 현주소를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회의는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더욱이 당의 재건을 책임질 비대위원장 후보군도 5명으로 압축된 만큼 최종 후보 선정 문제도 다뤄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아닌가.

하지만 정작 회의가 시작되자 상황은 딴 판으로 흘러갔다. 친박계 의원들은 본 안건과 무관한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를 먼저 꺼냈다. 김 대표 대행의 언행까지 문제 삼으며 비대위 구성에 손을 떼라는 주장이 줄을 이었다. 반격에 나선 김 대표대행은 친박계 의원들의 불미스런 과거까지 들먹이는 등 의총장은 고성과 삿대질이 오가는 난장판이 되고 말았다. 보다 못한 일부 의원들은 “한국당 의원으로서 자괴감이 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한 편의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다. 이게 백척간두 위기에 몰린 제1야당의 모습이다.

한국당은 국민들로부터 이미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았다. 지난 지방선거의 결과가 그렇다.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하지만 그럴 것도 없다. 소속 의원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다. 그나마 일말의 반성과 책임감을 느낀다면 가진 것을 다 내려놓고 당이 새로 태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아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알량한 기득권에 연연하며 죽기 살기로 집안 싸움을 벌이는 꼴이 한심하다 못해 측은할 지경이다. 설령 이전투구 끝에 공천권 등 기득권을 지켰다고 하자. 그게 얼마나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인지는 다음 총선에서 극명하게 확인될 것이다.

지금 한국당은 이미 수명이 다했다. 배가 가라앉는 판에 뱃머리와 뱃꼬리를 따질 계제가 아니다. 한시라도 빨리 비대위를 꾸리고 살아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여당인 민주당도 2016년 파선의 위기에 빠졌으나 ‘김종인 비대위’의 인적 쇄신과 개혁 공천으로 기사회생했고 결국 집권으로 이어졌다. 한국당의 전신인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대위’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성공 비결은 오직 하나였다. 기득권 내려놓기다. 한데 한국당은 그걸 못하고 있다. 이래선 아무리 유능한 비대위원장이 와도 당을 살려낼 수 없다. 누구보다 의원들 자신이 잘 알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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