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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다 쪄, 폭염건강생활 ①] 덥다고 마신 맥주 한잔…고혈압ㆍ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겐 ‘毒’
라이프| 2018-07-19 10:25
더위에 취약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나 심ㆍ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이 폭염에 술을 마시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제공=다사랑중앙병원]
-폭염에 맥주 한잔은 ‘위안‘…과하면 문제 돼
-심뇌혈관 질환ㆍ만성 질환자에게 특히 위험
-‘폭염 5일 이상‘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 11.3%↑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대학생 오모(24) 씨는 지난해 여름 낭패를 겪을 뻔 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7월의 어느 날, 당시 오 씨는 같은 과 선ㆍ후배들과 경기 지역의 한 마을로 농촌 봉사활동(농활)을 다녀왔다. 일하던 중간, 새참으로 막걸리와 주전부리가 나왔다. 시원한 느낌에 거푸 몇 잔을 마신후 다시 일을 시작하려는 순간 머리가 아파 왔다. 두통과 어지러움도 밀려 왔다. 온열 질환이었다. 결국 쓰러졌지만, 일행의 응급처치 덕에 의식을 찾고 회복할 수 있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연일 살인적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질병관리본부의 ‘온열 질환 감시 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723명으로, 그 중 8명이 사망했다. 이럴 때 술, 특히 시원한 맥주 한 잔은 위안이 될 수 있지만, 과하면 독(毒)으로 변할 수 있다. 오 씨의 사례처럼 지나친 알코올 섭취는 온열 질환과 심ㆍ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다사랑중앙병원의 전용준 내과 원장은 “더위에 취약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이나 심ㆍ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이 폭염에 술을 마시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심장마비 등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몸은 날씨가 더우면 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배출해 체온을 조절한다. 심장은 넓어진 혈관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박수가 빨라지고 심근 수축이 증가해 무리를 받을 수 있다. 전 원장은 “이미 심장의 부담이 증가한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급격한 혈압 변화가 일어나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심장학회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32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뇌졸중 환자는 66%, 심근경색 환자는 2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폭염 기간이 5일 이상 나타날 경우 심혈관계 질환 사망률이 11.34%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있다.

더욱이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일으켜 혈액의 농도를 짙게 만든다. 전 원장은 “더운 날씨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줄어들게 된다”며 “여기에 음주까지 가해지면 탈수 현상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혈액이 끈적해지면 혈관을 막아 뇌졸중, 동맥경화, 급성 심근경색 등을 일으킨다. 특히 당뇨명 환자는 일시적 고혈당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전 원장은 “오 씨의 사례에서 보득 건강한 사람도 폭염에 술을 마시면 더 빨리 취하고 탈수 증상이 심해지므로 음주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며 “심ㆍ뇌혈관 질환자는 폭염 자체가 위험한 만큼 음주를 삼가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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