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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광장-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소금’과 ‘어묵’의 진화는 어디까지 가능할까?
뉴스종합| 2018-07-19 11:25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늘 독보적인 행보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의 창조물들이 사후에도 여전히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보면, ‘혁신’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화두는 단연 ‘혁신성장’이다.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안으로’를 의미하는 ‘in’과 ‘새롭다’는 ‘nova’가 결합하여 파생된 단어로 알려져 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혁신의 핵심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기술이나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다. 즉, 가장 근본적인 혁신성장은 정형화된 전통산업들이 시대의 흐름에 맞춰 새롭게 변화될 때 비로소 창출될 수 있다.

바다는 혁신성장의 무한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미 전 세계 많은 국가와 기업들은 과감한 변신으로 바다를 통한 혁신성장을 이끌고 있다. 세계 최대 양식 기업이자 세계 최초로 연어 양식에 성공한 ‘마린 하베스트(Marine Harvest)’는 IT 기술과 결합한 양식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연어를 생산하며 ‘수산양식 시대’를 열고 있다. 또한 해운물류업계의 ‘우버(Uber)’로 불리는 ‘플렉스포트(Flexport)’는 수많은 선사의 운임과 스케줄을 비교 분석해 수요자의 입맛에 맞게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2013년 창립 이래 총 5억5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세계 물류시장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전통 해양수산업에서도 혁신성장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소규모 어가 양식을 기업화하기 위한 첨단 양식 기술개발이 본격화되고, e-내비게이션 등 새로운 기술적 변화에 대응해 스마트 해상물류체계 구축 등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방문한 신안의 한 염전은 단순히 소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전통적인 영역을 넘어 소금박물관, 염생식물원 등 문화영역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며 6차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또한 한 어묵업체는 과거 물건이 팔리지 않아 공장 가동 중단까지 경험했지만 ‘어묵의 고급브랜드화’라는 혁신을 통해 어묵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연이어 어묵체험관을 확대하고, 어묵고로케 신제품 출시 등 과감한 결정으로 시장의 판도까지 바꾸고 있어 우리 해양수산업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바다가 혁신성장의 장(場)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과감히 도전하는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는 지난 12일 ‘2018 해양수산 기술사업화 페스티벌 및 투자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번 박람회는 수산, 해운, 항만 등 전통 해양수산 분야에 IT, 인공지능,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는 우수 중소기업들이 참가, 약 9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해양수산부는 이번 박람회를 첫 걸음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세계적인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본격적으로 마련해 나갈 예정이다. 해양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하는 한편, 기업의 성장주기별 창업ㆍ투자 지원체계를 마련해 한국형 혁신성장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변화시킬 혁신성장이 바다를 통해 끊임없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첨단기술로 전례 없는 속도로 변화하며 가속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요즘, 조연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소금’과 ‘어묵’이 과연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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