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한국은행]

2년만에 역성장…대북제재, 가뭄 영향
석탄 등 광업생산↓, 농업도 타격
1인당 국민총소득 한국 1/23 수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지난해 북한 경제가 대북제재, 가뭄 등의 영향으로 ‘역성장’을 하면서 성장률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했다. 어두운 경제 상황에 1인당 국민소득도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한국과의 차이가 23배로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2017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0조882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5% 감소했다. 이는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7년(-6.5%)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한의 GDP 성장률은 2011년 0.8% 오른 이후 2014년(1.0%)까지 성장세를 이어가다가 2015년에 1.1% 하락했다. 2016년에는 기상여건이 좋고 대북제재 강도가 비교적 강하지 않아 3.9% 깜짝 성장을 했다.

북한 경제가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선 데 대해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소득총괄팀장은 “2016년에 성장률이 상당히 높게 나온 데 따른 기저효과와 대북제재, 기상여건 악화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시행된 대북제재의 경우 2016년과 달리 ‘민생용’이란 예외조항이 사라지고, 섬유, 석유류 등 북한의 주력 수출품에 모두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큰 타격을 줬다. 북한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37.2% 급감한 17억7000만달러로, 2010년(15억1000만달러) 이후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재로 수출길이 막히면서 생산활동도 위축됐다. 광업은 석탄 생산이 급감하면서 11.0% 감소했고, 제조업은 화학제품, 제1차 금속제품 등 중화학공업(-10.4%)을 중심으로 6.9% 줄어들었다. 광업과 제조업의 성장률은 모두 1997년 이후 20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북한 경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농림어업 성장률도 전년의 2.5%에서 -1.3%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지난해 연초부터 가뭄이 심하게 들면서 곡물 파종에 피해가 컸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곡물 생산량은 471만톤으로 전년 대비 10만톤(2%)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가뭄의 영향으로 수력발전량이 줄어들면서 전기가스수도업 역시 2.9% 감소했다.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36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한국(1730조5000억원)에 견줘 47분의 1 수준이다.

1인당 GNI 차이도 크게 벌어졌다. 북한의 1인당 GNI는 1년 전보다 3000원 늘어난 146만4000원으로 한국의 2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 수출의 95%를 차지하는 대(對) 중국 수출액을 보면 올 1∼5월 누적규모가 전년동기 대비 87.0% 급감했고, 수입은 40.3% 감소했다.

신 팀장은 “지난해 8월과 연말에 나온 대북제재안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향을 주면서 올해 교역규모가 더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남북 경협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먼저 유엔의 대북제재가 완화돼야 하고 미국의 독자적 제재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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