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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물러나라” 합법적 촛불외침에 ‘비상계엄’으로 답하려 했다
뉴스종합| 2018-07-20 15:48
[사진=청와대 제공]

-청와대, 기무사 계엄령 문건 관련 미공개 문건 공개
-미리 준비됐던 계엄령 선포문, 포고문, 담화문…실행목적으로 작성됐다
-문건 “신속한 선포ㆍ주요 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가 관건”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청와대가 20일 새로 공개한 ‘국군기무사령부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2017년 3월 작성) 및 ‘대비계획 세부자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기각을 대비해 정부가 계엄령 선포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상 증거를 곳곳에 담고 있었다. 문건은 이미 작성된 비상계엄선포문과 계엄포고문 등이 포함돼 있었고, 국회에서부터 언론통제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공개한 계엄령 문건은 ▷단계별 대응계획 ▷위수령 ▷계엄선포 ▷계엄시행 등 4개 큰 제목 아래 21개 항목으로 구성된 67쪽짜리 보고서였다. ‘대비계획 세부자료’라 적힌 이 문건은 “보완 유지 아래 신속한 계엄선포와 계엄군 주요 목(길목) 장악 등 선제적 조치 여부가 계엄 성공 관건”이라고 적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비상계엄선포문과 계엄 포고문, 계엄선포를 위한 ‘담화문’ 등이 이미 작성돼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함께 계엄령 선포와 동시에 발표될 언론, 출판, 공연, 전시물에 대한 사전검열을 위한 ‘계엄사 파견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신속한 계엄 선포와 선제적 조치’ 이행을 위해 기무사가 제반 준비를 하고 있는 정황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담화문에 대한 세부자료는 우리 역사상 계엄령이 발포됐던 1979년 10ㆍ26 사태와 1980년 광주항쟁 때의 과거 문건과 2017년 3월에 발표될 문건을 함께 엮고 있었다고 김 대변인은 밝혔다.

행정부의 견제수단인 언론과 국회를 통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문건은 계엄사 보도검열단 9개반을 편성해 신문과 방송통신 원고, 간행물 견본, 영상제작품 원본 등을 제출받아 검열할 계획을 수립했다. 각 매체에 통제요원을 편성해 보도를 통제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 경우, 여소야대였던 국회상황을 고려해 국회의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방법이 문건에 담겨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을 현행범 사법처리함으로써 의결정족수 미달 구도를 만들 계획을 수립했다. 계엄사령부가 집회ㆍ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활동에 대한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국회의원이 이를 위반하면 구속수사 등 국회의원을 사법처리함으로써 의결정족수 미달을 유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중요시설 494개소뿐만 아니라 당시 촛불시위가 집중적으로 이뤄진 집회 예상지역인 광화문과 여의도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수행군을 투입해 시민을 무력진압하는 계획도 수립했다. 문건은 구체적으로 야간에 전차 및 장갑차를 투입함으로써 집회 예상지역과 중요시설을 신속 장악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김 대변인은 “기무사가 작성한 자료는 합동참모본부에서 2년마다 수립하는 계엄실무편람과 상이하다”며 “통상 계엄 매뉴얼과 달리 합참의장을 배제하고 육군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추천하는 판단요소와 검토결과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헌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비상계엄 선포요건은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에 국한된다. 특히 비상계엄의 경우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선포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다면 박 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던 200만 명의 촛불집회 시민들과 전국 국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회가 극도의 불안에 빠졌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232만 명의 시민이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집회’는 청와대 앞 200m까지 행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다. 헌재 탄핵기각이 발생한다는 극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그동안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들이 보여준 준법정신을 고려하면 군 차원에서의 계엄령 검토 매뉴얼을 작성해두는 시나리오는 이해할 수 있어도 계엄선포문에서 담화문, 포고문까지 미리 작성하는 등 ‘선제조치’에 집중한 계엄령 세부자료가 작성됐어야 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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