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합]박근혜 ‘특활비 수수’ 징역 6년 선고…‘공천개입’엔 2년
뉴스종합| 2018-07-20 16:36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승엽 판사, 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 강명중 판사 [연합뉴스]

- 징역 8년ㆍ추징금 33억 추가 선고…총 형량 32년
- “국고손실 범행의 주된 책임”…국고손실 혐의 인정
- 뇌물수수 혐의 무죄…“국정원장, 뇌물 동기 보이지 않아”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을 뇌물로 받고,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공천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66) 전 대통령이 징역 8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부장 성창호)는 20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국고손실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6년에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국고손실 유죄, 징역 6년=이날 재판부는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배정된 국정원 예산을 임의로 전용해 횡령에 의한 국고 손실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은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은 국정원장들로부터 3년에 걸쳐 30억여원에 이르는 특별사업비 받아 국가가 입은 손실 규모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엄정해야 할 국가예산 집행의 근간이 흔들렸고, 본연의 목적인 국가 안전 보장에 제대로 사용되지 못해 국가와 국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장에 대한 지휘ㆍ감독권을 갖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국고손실 범행의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본 결론이다. 이 결론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관들에 대한 다른 재판부 판단과 일치한다. 특활비를 상납한 남재준 등 전직 국정원장 3명은 지난달 징역 3년~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자금 수수 과정에 관여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에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ㆍ이병기ㆍ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36억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지난 1월 추가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 중 2016년 9월 전달받은 2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모두 유죄로 봤다.

▶뇌물수수 부분은 무죄, 검찰 반발=법원은 그러나 국정원이 청와대에 전달한 특활비가 대가성을 기대한 뇌물이 아니라고 결론냈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에게 사례 또는 보답할만한 특별한 동기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국정원장이 업무수행의 편의를 기대했다는 검찰 주장도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현실적인 뇌물 동기로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무자들이 자금을 청와대 밖에서 은밀하게 주고받은 상황이 인정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지시를 했다거나 보고를 받고도 묵인한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다.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가 무죄로 결론나자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재판이 끝난 직후 검찰은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하여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고, 개인돈으로 돈을 주면 뇌물이라는 것으로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 판단이 그대로 유지되면 같은 혐의를 받는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유지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20대 총선 개입… “朴 관여 인정”=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동원해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2015년~2016년 청와대 차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 뿐만 아니라 ‘친박 진영’ 의원이 다수 의석을 확보해야 원활한 국정운영이 될 것으로 판단했고, 현기환 당시 정무수석 비서관이 선거전략을 수립하고 불법 여론조사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재판부는 “청와대가 여론 조사를 벌이거나 선거전략 자료를 작성하면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이 있고,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진술도 이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다”면서 “보고서 내용이 상당 부분 구체적으로 실행됐고, 박 전 대통령의 묵시적 혹은 명시적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징역 24년+8년=32년형… 형 확정되면 90세 넘어=이미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은 박 전 대통령의 형량은 도합 32년으로 늘어났다. 66세인 박 전 대통령이 형을 그대로 확정받을 경우 사실상 종신형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된다. 이날 선고를 끝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은 모두 마무리됐다. 삼성 뇌물수수와 미르ㆍK스포츠재단 대기업 출연 강요 등 총 21개 혐의 가운데 19개가 유죄로 인정됐다. 최종형량은 각 재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면 각각의 형량을 단순 합산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이날 오후 2시부터 50분간 열린 선고공판은 ‘국정농단 재판’에 이어 두번째로 1심 선고장면이 TV로 생중계됐다. 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은 채 변호인 3명만 재판에 임했다. 150석의 방청석은 방청객과 취재진 등으로 대부분 가득 찼다. 재판이 끝난 직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이게 법이냐”, “인민재판 중단하라”며 고성을 지르다 경위들의 제지를 받았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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