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피랍 한국인 안전과 무사귀환에 외교역량 집중해야
뉴스종합| 2018-08-02 11:16
한국인 남성 1명이 리비아에서 납치돼 28일째 억류중이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피랍자는 한국이 건설한 리비아 서부 자발 하사우나 지역 대수로 수자원 관리 회사 직원이라고 한다. 지난달 6일(현지시각) 현지 회사 외국인 숙소에 침입한 일단의 무장 세력에 의해 필리핀인 3명과 함께 납치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납치 세력과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으며 그들의 요구사항도 알려지지 않고 있어 불안감을 감추기 어렵다. 자칫 사태가 장기화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의 긴급 지시로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중인 청해부대가 인근 해역으로 급파돼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 정부는 피랍 한국인의 안전 확보와 조속히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외교적 역량을 집중하기 바란다.

당초 이 사건은 회사 관계자의 신고로 피랍사실을 확인한 즉시 보도유예(엠바고)를 유지해왔다. 납치세력을 자극하지 않고 은밀하게 진행해야 하는 석방 협상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납치세력이 리비아 유력 언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랍자들의 동영상을 공개하는 바람에 엠바고가 해제됐다. 회사가 외교당국에 신고하고 보도를 유예한 조치는 일단은 적절한 판단이다. 납치사건은 여론의 관심이 협상에 걸림돌이 되거나 불행한 결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 2004년 고(故) 김선일 씨 피살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회사가 정부에 알리지 않고 무장테러 단체와 협상을 벌였다. 한데 정부는 이를 모른 채 이라크 파병을 발표하는 바람에 결국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말았다. 여기에 언론의 여과없는 보도가 사태를 더 키웠다. 그 끝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납치세력이 동영상을 언론에 유출한 것은 협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신호로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그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동영상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정치적 테러단체인지, 단순 무장 강도 소행인지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그 여부에 따라 협상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랍 한국인의 안전과 무사귀환이다. 납치세력이 현지 지방 부족이 주도하는 무장 민병대로 추정된다니 조만간 협상을 요구해 올 것이다. 리비아 정부와 적극적인 공조로 납치세력에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현지 부족 원로급 인사나 종교 지도자 등을 확보하고 이들을 통한 긴밀한 접촉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외교부의 역량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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