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연일 펄펄 끓는 대한민국, 상시 대비체제 마련해야
뉴스종합| 2018-08-03 11:17
한낮 기온이 연일 40도를 넘나들며 전국이 가마솥처럼 펄펄 끓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다는 1994년 대폭염의 기록마저 속속 갈아치우고 있다. 급기야 2일 서울지역에선 처음으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밤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 30도 이상이면 초열대야라고 한다. 그런데 이날 새벽까지도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폭염의 기세가 밤낮을 가리지 않아 서민들은 더 고통스럽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그야말로 사상 최악의 더위다.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피해도 역대급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올 여름들어 온열질 환자는 1일 현재 총 2549명이 발생했고, 그 중 3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환자수는 2.8배, 사망자는 5배가 늘었다. ‘살인적 더위’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이 현실로 확인된 셈이다.

경제적 손실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다. 폭염을 견디지 못한 닭과 돼지 등 가축 폐사가 늘어나고 양식장 물고기가 떼 죽음하고 있다. 하지만 달리 손을 쓸 방도가 없다. 배추와 무 등 고랭지 채소도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해 가격이 크게 올랐다. 폭염이 장바구니 물가를 위협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더위도 더무 덥다보니 피서지를 찾는 사람이 되레 줄어드는 ‘바캉스 특수 실종’ 현상도 보이고 있다. 서해안 대표 피서 휴양지인 대천해수욕장 피서객 수는 지난해 절반 수준에도 안된다고 한다. 주류와 건설업계, 노점상과 재래시장 종사자의 한숨도 깊다.

문제는 이같은 대폭염이 기후 변화로 앞으로 더 잦아진다는 것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2029년 폭염사망자는 100명, 2050년엔 260명선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협의체(IPCC)도 보고서를 통해 2040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이미 폭염을 특별재난으로 인정한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항구적이고 상시적인 대비체제를 갖춰야 할 때 됐다.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속히 통과시켜 법적 근거를 우선 갖추고, 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폭염 위기 관리 매뉴얼도 마련해야 한다. 재난을 피해갈 수는 없지만 철저히 대비하면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배출량 줄이는 근본 처방이 있어야 한다. 재앙과 같은 폭염은 자연이 지구 환경 보전을 외면한 인간에게 보낸 준엄한 경고다. 이걸 잊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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