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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박원순 옥탑방, 쇼가 아니면 뭐죠?
뉴스종합| 2018-08-09 11:10
딱 거기까지였다. 옥탑방에서 생활한단다. ‘가난의 상징’ 옥탑방에서 한 달 살면서 서민의 아픔을 이해하겠단다. 그런가보다 했다. ‘뭐 그럴 필요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쇼 논란이 뒤따랐지만, 개인적 시각을 보태고 싶지 않았다. 배울 것 배우고 컴백하면 시정에 도움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점점 오버하는 모습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얘기다. 박 시장이 삼양동에서 ‘한 달간 옥탑방’ 생활을 끝낸 후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한단다. ‘균형발전 해법’이란다. 옥탑방살이 1개월을 통해 얻은 지혜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폭염의 옥탑방에서 뭘 깨달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달간 서민생활 체험으로 정책을 내놓는다는 발상 자체가 어설프다. 정치인이야 원래 쇼맨십과 이벤트로 살아간다지만, 이건 아니다 싶다. 과장하자면 농사를 모르는 이가 잠시 농활 가 모내기 몇 번 한 후 농부의 아픔을 이해한다며 농촌대책을 세우겠다고 하는 것과 뭣이 다를까.

기자는 젊은날 옥탑방에 살아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파트에 당첨됐다. 문제는 중도금이었다. ‘가난한 집 제사 돌아오듯 한다’는 말을 중도금을 통해 실감했다. 주기적으로 목돈을 낼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전세를 줄이는 것이었다. 4500만원짜리 전세를 4000만원으로, 3000만원으로, 2000만원으로 줄여나갔다. 3~6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했다. 나중엔 1500만원짜리 반지하에 살다가, 결국 옥탑방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옥탑방 생활은 고역이었다. 조그만 부엌 하나와 방 한 개가 전부였다. 침대 하나(아내는 방바닥에선 절대로 잘 수 없다며 침대만은 고집했다)를 놓으니 두세 명 서 있을 공간밖에 남지 않았다. 결혼할 때 샀던 냉장고는 포기하고, 세 뼘 높이의 중고 미니냉장고를 들여놨다. 옷장은 엄두를 못 내고 대신 옷장수납함 두어 개 놓으니 방이 꽉 찼다. 옥탑방 첫날,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보며 “저 많은 것 중 왜 내 것 하나 없나”며 가슴으로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옥탑방의 낭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을 말이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초라했다. 옥탑방에서 내려오는 계단, 누굴 만날까 두려웠다. 마주치면 “어, 옥탑방 남자 아냐”라고 웃을 것 같았다. 자장면을 시킬 땐 문만 조금 연 채 돈을 주며 돌려보낸 뒤 음식을 들였다. 배달원에게도 얼굴을 보여주기 싫었다. 슈퍼마켓 주인, 세탁소 주인 눈을 제대로 응시할 수 없었다. 되돌아가고 싶지 않는 인생의 순간이 있다면 바로 그때일 것이다.

‘서울시장’ 타이틀을 갖고 옥탑방 생활을 한 박 시장이 그 옛날 ‘옥탑방 남자’의 심정을 알까. 만난 동네주민, 구청장 등이 박 시장을 ‘서민 박원순’이 아닌 ‘시장 박원순’으로 대하는 한 진정 옥탑방까지 가게 된 서민의 애환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까. 차라리 삼양동 옥탑방 생활과 (앞으로 살겠다는) 금천구 생활을 통해 서민과 가까이 해보고 나중에 자신의 구상을 내놓겠다고 한다면 그런 대로 이해하겠다. 하지만 한 달간 옥탑방 삶 흉내를 내고, 계산기처럼 곧장 뭔가를 내놓겠다고? 남다른 욕심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쇼, 그게 아니면 뭔가.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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