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심재철·유은혜 정쟁으로 민생국회 또 물건너갈까 걱정
뉴스종합| 2018-10-01 11:54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추석 연휴 등으로 중단됐던 정기국회가 1일 다시 문을 열었다. 그러나 국회의 시계(視界)는 제로다. 꽉 막혀 있다. 당장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예산정보 무단 유출’을 둘러싼 여야간 논란이 확전을 거듭하고 있다. 게다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도 정상 국회 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러다 민생을 살피는 생산적 논의는 사라지고, 정쟁만 난무하는 허송 국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심 의원의 정보 유출 논란은 시간이 갈수록 더 꼬이는 형국이다. 정부와 청와대가 이 의원을 고발한 데 이어 여당인 민주당까지 공방에 가세했다. 민주당은 심 의원의 기획재정위원직 사퇴와 함께 국회 윤리위 징계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그 바람에 기재위는 국감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며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심 의원은 “정보 관리에 실패해 놓고 이를 들여다본 사람을 탓하는 건 적반하장”이라며 대정문 질문을 통해 접속을 시연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한국당 차원에서도 ‘대정부 투쟁’을 선언해 일전 불사할 태세다.

이렇게 해서는 경색 정국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 여야가 한걸음 물러서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양보와 지혜가 필요하다. 정부 여당은 ‘불법 유출’만 강조할 일이 아니다. 의혹이 제기된 만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업무추진비 사용의 적법성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당 역시 ‘야당탄압’을 내세우며 정쟁으로 몰고 가기보다는 여당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유 후보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유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 송부를 다시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로 요청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사실을 청와대도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이런 요식적 절차를 밟는 것은 유 후보자의 흠결을 그대로 안고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얘기다. 서로 마주달리면 충돌은 불가피하다. 적어도 검증에 실패한 부분에 대한 사과라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올 정기국회는 할일이 태산이다. 사상 최대 슈퍼 예산을 살펴봐야하고 국정감사만 해도 갈길이 멀다. 여기에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와 한반도 안보 태세 점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민생입법 등이 첩첩 쌓여있다. 밤을 새워 가며 여야가 머리를 맞대도 시간이 모자랄 판다. 더욱이 한국당은 이번 정기국회가 경험이 풍부한 정책정당임을 확인시켜 바닥난 지지세를 회복할 절호의 기회다. 여당 역시 안정된 국정 운영의 믿음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정쟁에 매몰돼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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