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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포럼-이충호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장] 황금 수도꼭지를 안전에 연결하자
뉴스종합| 2018-10-02 11:15
최근 안전과 관련해 의미있는 몇 가지 뉴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먼저 자살 교통사고 산재사고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가 국정 아젠다로 추진된다. 10년 가까이 끌어 온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문제도 합의를 이뤘다. 타이어공장 노동자 사망사고와 라돈침대 등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도 해결 기미가 보인다.

우리나라 굴지의 6대 대기업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333조원의 신규투자를 통해 18만여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의 어려운 고용상황이나 경제성장세 둔화 등을 고려할 때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투자계획을 발표한 한 대기업의 안전담당 임원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지금보다 2~3배 속도의 메모리 기능을 가진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5년후 어떤 유해위험요인이 발생할까? 협동로봇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공장을 신축한다면 계획단계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안전문제를 반추한 미래에 대한 고민이다.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대부분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스마트카 등 신산업 또는 첨단기술분야로 예상된다. 본격적인 투자가 시작되면 공정은 복잡화 집적화 고도화되고 공장은 대형화돼 종전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사용되지않았던 새로운 물질이 제조되거나 사용될 것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지금까지 밝혀진 적이 없는 초미세 물질이 생성되고 복합적인 위험이 나타나는 등 물리 화학 생물학적 유해위험요인이 일하는 사람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돌이켜보면 30,40년 전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시작할 때 지금 겪고있는 안전문제를 아무도 예견하지 못했다. 고품질 침대를 생산하면서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라돈물질 발생 우려에 대한 기술적 검토는 하지못했다. 세계 7대 완성차 생산국가인 한국이 타이어 공장을 가져야 하는 것은 당연시 하면서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할 것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산업화를 통한 국부의 창출이 시급한 당시 상황에서 안전이나 건강문제는 다소 뒷전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결과 압축성장은 이루었으나 일터에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이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과정에서 우리사회는 위험사회로 변했다.

투자에 대한 이윤은 생산과 품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실에 의해 뒤바뀔 수 있다.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사전 검토없는 투자는 통계적으로 보여지는 사망자수, 질병자수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할 손실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대비한 조직의 ‘안전역량’(safety competence)을 키우는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받아들여, 근원적으로 없애거나 최소화하는 통합안전경영시스템을 갖춰야한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보건은 기업의 생존요소로, 이윤을 능가한다. 성과를 쏟아낼 황금수도꼭지의 파이프라인이 여기에 연결될 때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과 안전성과를 모두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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