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논설위원칼럼
[직장신공] 뱁새가 황새 따라 하면 어찌 될까?
뉴스종합| 2018-10-04 11:26
‘대기업 경력 반년 차 새내기 직장인입니다. 저희 팀장님이 평소에 어찌나 일찍 출근하는지 전사 일등으로 나옵니다. 그분이 제 사수라 일을 제대로 배우기 위해 같이 일찍 나오려고 해봤더니, 아침 여섯 시에 나서야 합니다. 너무 힘들어하니까 팀장님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큰소리쳤던 저를 우습게 볼 것 같아서 걱정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떻게 하기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팀장님이 이분을 우습게 볼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우습게 본다는 의미가 무능하게 본다든지 무책임하게 본다는 뜻은 아니다. 달리 표현하면 귀엽게 봐줄 것이다. 이분의 잘못은 팀장님이 왜 그렇게 일찍 출근하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무조건 따라 하려고 한 것, 즉 뱁새가 황새 따라 한 것이다. 팀장님이 일찍 출근하는 이유는 다음 셋 중의 하나일 것이다. 첫째, 맡은 일이 일찍 나와야만 하는 경우다. 해외주재원과 연락을 해야 한다든지 그런 것이고 둘째는 일찍 나와서 개인적 용무를 보는 것, 즉 자격증이나 회화 공부 등 조용한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중이다. 누가 ‘저 팀장님 어때?’라고 물었을 때 ‘저 분? 전사 일등으로 일찍 출근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야!’ 이런 평판을 만들어 가는 중일 수 있다. 이분한테는 늦게 나와도 된다는 걸 보면 첫 번째는 아니고 아마도 두 번째나 세 번째일 확률이 높은데 만약 그렇다면 이분은 팀장님의 일을 정면으로 방해하고 있는 격이다. 그런데 힘에 부쳐서 쩔쩔매니 팀장님 보기에는 얼마나 다행이랴! 고로 걱정하지 말고 팀장님 말씀대로 정해진 출근 시간 맞춰서 나가라.

사수가 하는 일은 무엇이든 따라 하려는 의욕 넘치는 새내기 직장인이여!! 남김없이 일을 배우려는 열정은 갸륵하나 좋은 것도 지나치면 오히려 병이 된다. 아무리 급해도 바늘허리 매어서는 못 쓰는 법이니 본을 받기는 받되 팀장은 팀장답게, 새내기는 새내기답게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 팀장님은 왜 그렇게도 일찍 출근하는가? 이걸 정확히 알고 나면 따라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 정확한 판단이 설 것이다.

김용전(작가 겸 커리어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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