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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반도평화를 위한 전략·순발력·지구력
뉴스종합| 2018-10-04 11:4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정세에서 ‘코너’에 몰렸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형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그래도 남북미 관계는 남북정상간 평양회담 이후 다시 순항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7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기로 했다. 이를 앞두고 3일(현지시간) 북한 비핵화에 대해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가운데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한마디를 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통독 28주년 기념행사에서 “독일 통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28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가 당면한 도전”이라며 “독일 통일은 (현재도) 과정이고 머나먼 길”이라고 했다.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야 하는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일관된 전략과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하는 순발력, 그리고 장기전를 버틸 수 있는 지구력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과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사이에서 ‘피말리는’ 협상전을 벌이고 있는 우리에겐 당장의 가장 큰 외부 변수는 미국 중간선거다. 최근 미국의 정세는 백인 중하층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는 트럼프에 중산층 기반의 전통적인 자유주의 엘리트가 전면전을 하는 양상이다. 그 결과는 자유주의언론을 필두로 한 폭로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과 부패의혹, 성폭력 및 인종차별 문제 등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 밥 우드워드의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 발간과 뉴욕타임스의 행정부 고위관료 익명컬럼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 정부에 대한 자유주의 언론의 사실상 ‘선전포고’가 됐다. 뒤이어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연이은 성추문도 워싱턴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뉴욕타임스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부친으로부터 수십 년에 걸쳐 현 시세로 4000억 원 이상을 받았으며, 이중 상당 부분은 명백한 사기를 포함한 탈세를 통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저널은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탈세 혐의가 큰이슈로 부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로서 가장 큰 걱정은 만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해 상원의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의 대북 정책의 불안정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악의 경우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다시 안갯속이 될 수도 있다. 중간 선거 이전에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등에 대한 시나리오가 확정되고,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는 방안이 우리에겐 긍정적일 수 있는 이유다.

우리로선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비핵화 시간표를 내세워 북한을 벼랑끝으로 몰고가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행일 수 있다. 대신 우리 정부는 중간선거와 2020년의 미국 대선 등의 다양한 결과에 대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돌발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며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둔 남북미의 장기 협상전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메르켈 총리가 말한 것처럼 통일은 시작과 끝이 단번에 이뤄지는 이벤트가 아니다. 통독 후 28년이 지났음에도 “머나먼 길”이라고 고백할 정도라면 이제서야 ‘공존’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서야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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