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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저유소 화재 불똥…'풍등' 행사 사라진다
뉴스종합|2018-10-11 08:15

[사진=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슈섹션] 지난 7일 17시간이나 활활 타면서 43억원가량의 재산피해를 낸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 화재 원인이 외국인 근로자가 날린 조그만 풍등(風燈) 불씨라는 경찰 발표가 나오면서 축제 때 풍등을 띄워 온 지자체들이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불을 붙인 등을 하늘로 띄우는 풍등 행사는 소원 성취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옛날부터 전국 곳곳에서 행해져 왔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분위기를 띄울 수 있어 밤에 열리는 축제 때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인터넷 등에서는 1개 500원∼1천원 정도에 한지나 합성섬유로 된 중국산 풍등을손쉽게 살 수 있다.

과거 축제 때 날린 풍등 때문에 산이나 들에 불이 난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형 화재가 아니어서 위험하다는 인식에도 풍등 날리기는 계속됐다.

풍등을 날리는 것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다.

2017년 12월 개정된 소방기본법 12조는 소방본부장이나 소방서장이 풍등 등 소형 열기구 날리기, 그 밖에 화재 예방상 위험하다고 볼만한 행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소방당국의 금지·제한 명령이 없으면 풍등을 날릴 수는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번 저유소 화재를 계기로 축제 때 풍등을 날려 온 지자체마다 풍등 행사를 취소하거나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북 진안군은 오는 18일부터 나흘 동안 여는 ‘2019 진안홍삼축제’때 풍등 날리기 행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군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해 축제 도중 한 참가자가 날린 풍등 불이 마이산 주변 나무에 옮겨붙는 등 화재 우려가 커 풍등을 띄우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올해 축제 때는 풍등 행사를 주민과 관광객 소원을 적은 풍선을 날리는 행사로 대체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축제를 끝낸 ‘제22회 전북 무주반딧불축제’ 제전위원회는 저유소 화재를 계기로 풍등 날리기 행사에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올해 무주반딧불축제 때는 ‘반디 소망 풍등 날리기’ 행사가 6일 동안 진행됐다.

제전위원회는 이번에 별다른 사고가 없었지만 내년부터는 한꺼번에 날리는 풍등개수를 줄이고 재질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풍등 낙하 예상 지점에 배치되는 모니터링 요원 수도 늘릴 방침이다.

무주반딧불축제 제전위원회 관계자는 “저유소 화재 원인과 지역 축제의 풍등을 곧바로 연관 짓기는 어렵지만, 사고를 계기로 풍등 취급에 좀 더 심혈을 기울이자는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매년 9월이면 열리는 효석문화제 때 강원 평창군 봉평면의 하얀 메밀꽃밭에서 수백명이 동시에 소망을 담은 형형색색 풍등을 날리던 모습을 내년부터는 보기 힘들어졌다.

축제를 주최·주관하는 이효석문학선양회는 내년부터 풍등 날리기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환경문제 때문에 폐지를 고민하던 차에 저유소 화재가 풍등 행사를 없애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주최 측은 매년 소방당국 허가를 받아 효석문화제 때 풍등 날리기를 진행했다.

직원들은 이튿날 새벽까지 남아 풍등을 수거해왔다.

충남 대표 축제로 자리 잡은 공주 백제문화제에서도 풍등은 인기 아이템이었다.

금강 일원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장관을 연출하곤 했다.

그러나 역시 내년부터는 풍등을 띄우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

공주시 측은 “(화재 위험 외에도) 땅이나 강에 떨어진 풍등을 수거하는 일이 쉽지 않아 계속할지 고민 중이다”라고 전했다.

제주도에서는 축제와 행사에서 종종 이뤄지던 ‘풍등 날리기’가 사라지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제주지사는 지난 6월부터 오는 11월까지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마다 ‘중문골프장 달빛걷기’를 운영하면서 소망기원 풍등날리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했지만, 지금은 진행하지 않고 있다.

풍등 날리기 호응이 크지만, 소방서에서 자제요청이 들어오고 일일이 승인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지난 6월 바닷가 쪽으로 바람이 불 때 한차례 실시한 뒤 이후부터는 풍등을 날리지 않는다”며 “이를 대체할 야간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오는 13∼14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메밀체험관에서 개최 예정인 2018 제주 메밀축제 때는 풍등 만들기 체험이 취소됐다.

축제 관계자는 “단순히 풍등을 만드는 체험이지만 누군가 혹시 풍등을 날려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는 연말과 새해를 전후로 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풍등을 날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화재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올해 1월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입구에 세워진 철제 구조물에 풍등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같은 달 부산 기장군 삼각산 인근 50만㎡를 태운 대형 화재 원인으로 풍등이 지목되기도 했다.

화재 원인은 미상으로 결론 났지만, 삼각산 인근 임랑해수욕장에서 풍등 날리기를 했던 마을 주민들은 내년부터 행사를 없애기로 했다.

해운대해수욕장도 일대에 ‘풍등 날리기 금지’ 안내 팻말을 부착하고, 풍등 판매를 단속하고 있다.

해운대 관광 시설사업소 관계자는 “바다에서 풍등을 날리면 강한 바람에 어디로향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연말연시와 정월 대보름 기간 계도 위주의 단속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시 소방본부는 안전한 풍등 행사 진행을 위해 지난 1월 ‘풍등행사 안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지난 5월 석탄일 풍등 행사 때 적용했다.

행사 시 휴대용 풍속계를 사용해 순간풍속을 측정하고, 행사장 지표면의 바람세기가 초속 2m일 때 풍등을 날리지 말도록 했다.

또 한지(韓紙)로 만드는 풍등 표면에 방염처리를 해 강풍으로 뒤집힐 경우 불이붙지 않도록 했으며, 행사 참석자들을 대상으로도 안전교육을 시행해 화재에 주의하도록 했다.

화재 위험시설(공항 등) 주변 반경 5㎞의 안전거리를 확보한 뒤 풍등 날리기를 하도록 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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