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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값 돈빌려 굴리는 시대가 끝났다
뉴스종합| 2018-10-12 11:32
美금리인상·채권금리 오름세
투자심리 급격한 위축 불러
美 부동산 시장도 우려 확산

무역전쟁도 장기화에 방점
신흥국 자본유출 위기 심화


미국발 증시 충격으로 세계 경제 비관론이 더 커졌다. 홀로 경기 호황을 누렸던 미국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기조와 채권금리 오름세, 미중 무역전쟁 전면화 우려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도 위기론에 힘을 더하는 상황이다.

미국 증시는 최근 급락세다. 지난 10~11일(현지시간) 이틀째 폭락장을 겪었다. 불안한 투자심리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변동성지수(VIX)에서도 드러났다.

중앙은행인 연준의 긴축기조와 맞물린 채권금리 오름세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미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7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이 반세기만에 최저 수준(3.7%)에 도달하는 등 연준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증시엔 직격탄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싼값에 돈을 빌려 실적을 불리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우려는 부동산 시장에도 퍼지고 있다. 미국의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금리는 8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역사적으로 볼 때 5%는 낮은 수준이지만, 주택시장이 직면한 다른 요인과 결합해보면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CNN은 “주담대 금리의 상승은 새로운 시장주기의 한 부분”이라며 “이자율은 오르고 주식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행정부와 중앙은행간의 금리 공방도 불안감을 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증시가 폭락하자 “연준이미쳤다” “너무 공격적인 연준 통화정책은 큰 실수”라며 연일 비난을 퍼부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치적인 ‘증시 강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자 맹공에 나선 것이다. 반면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CNBC 방송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이사진의 결정은 매우 진지하다”고 방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 추락의 원인을 연준 탓으로 돌렸지만, 자신이 점화시킨 미중 무역전쟁의 역풍을 맞은결과이기도 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CNN은 “관세는 원자재 가격을 인상시켰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대중국 관세와 보복 관세에 불만을 갖고 있다”며 “무역전쟁은 연준이 해결하고자 하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국 무역전쟁의 최전선에 놓인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정보·기술(IT) 기업의 주가 하락이 증시 폭락을 이끌고 있다.

내년 글로벌 경제전망도 어둡다. 최근 IMF는 무역전쟁을 이유로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에서는 1000억달러(약 111조6500억원) 규모 자본 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도 내다 봤다. 독일 정부도 올해ㆍ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낮췄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은 유로존 최대 경제국으로 전체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며 “무역에 대한 의존은 이 지역 전체 경제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무역전쟁은 장기화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FT가 니케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 데 따르면 중국 기반 경제학자 16명 중 11명이 무역전쟁의 현상유지 및 악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양영경 기자/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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