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공유지’ 로서의 미술관 그 가능성을 실험하다
라이프| 2018-10-15 11:10
백남준아트센터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예술 #공유지 #백남준’전을 개최한다. 사진은 전시전경. 코끼리 수레, 199-2001, 혼합매체 이한빛 기자/vicky@
백남준아트센터 10년 ‘#예술 #공유지 #백남준’ 기념展


“지금까지의 10년이 백남준을 어떻게 잘 보존할 것인가 였다면 앞으로 10년은 백남준과 함께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집중할 차례입니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전을 하루 앞 둔 10일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관10주년을 맞아 21세기 미술관은 어떤 역할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며 “지금까지 미술관이 작품을 보존 전시하는 캐비넷 갤러리에서 계몽주의, 유미주의를 목표로 작동했다면 이제는 공공과 공유의 가치를 담보해야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개관 10주년 기념전은 이같은 맥락에 서있다. ‘#예술 #공유지 #백남준’을 주제로 “예술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백남준의 사유를 국내외 작가 13명(팀)이 재해석 했다. 참여 작가들은 모두 지난 10년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전시, 퍼포먼스, 교육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전시는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뉘며, 1층에서는 백남준과 요셉보이스의 작품을 2층에서는 박이소, 블라스트 씨어리, 안규철, 언메이크랩×데이터 유니온 콜렉티브, 리미니 프로토콜,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옥인 콜렉티브, 남화연, 파트타임 스위트, 정재철, 히만 청 등 작가(팀)이 ‘공유지로써의 예술’을 탐구하는 신작을 선보인다.

‘공유지’를 키워드로 하는 전시답게 작품들은 관객참여적 형태를 띈다. 안규철의 ‘세상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벽면에 설치된 오목한 원형의 구조물 앞에서 반대쪽 벽면의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는 작업인데, 관객들은 자신이 다른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글을 전시장 앞의 원고지에 적고, 이것이 다시 녹음이 돼 스피커에서 재생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그런가하면 인류 공동의 공유지인 자연을 끌어들인 작품도 있다. 박이소의 ‘오늘’은 요코하마트리엔날레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작가가 기록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재제작됐다. 백남준아트센터 옥상에서 카메라로 담아낸 하늘이 전시장에 투사된다. 정재철은 ‘크라켄-또다른 부분’이라는 작업으로 바다라는 인류 공통의 공유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전시했다.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비극’에 대해 예술의 역할을 질문한다.

전시의 마지막은 예술작품의 소유에 대한 질문으로 끝난다. 옥인 콜렉티브는 최근 가동이 중단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다다익선’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물을 제작했다. 담당 학예사, 전기공, 일반 관객 등 다양한 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다다익선의 처리방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흥미로운건 모든 사람이 ‘다다익선’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소유’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전시 외에도 국제학술심포지엄(12~13일), 메타뮤지엄 프로젝트(2019년 2월까지)도 진행된다. 전시는 내년 2월 3일까지. 

이한빛 기자/vi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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