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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 자전거거치대①]폐자전거ㆍ쓰레기만 ‘수북’…“내 자전거 세워놓을 데가 없네”
뉴스종합| 2018-10-16 10:31
서울 한 지하철역 인근에 방치된 자전거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가을 나들이철에도 여전한 방치자전거
-지자체 수거한다지만, 주말에는 문제 심각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자전거 거치대는 언제부턴가 ‘자전거 무덤’이라고 불리고 있다. 지자체가 단속반을 편성하고 방치된 자전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실상은 단속반이 없는 주말이면 거치대 주변은 아수라장이 된다.

자전거 나들이객이 늘어나는 가을에는 더욱 큰 문제다. 지자체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거치대를 설치해놓고도 이용객들이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14일 뚝섬 한강공원의 거치대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진주(29) 씨는 자전거를 끌고 한참을 서성였다. 거치대에는 녹슨 자전거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자전거를 댈 공간은 부족했다. 

뚝섬 한강공원 자전거 거치대 앞에 붙은 문구. 벌써 7개월여가 지난 올해 3월까지 자전거를 치워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거치대 인근 가로수에 붙은 안내장에는 ‘2018년 3월 20일까지 자전거를 치워달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철거 대상은 ‘바퀴에 바람이 빠진 자전거’, ‘안장이 없는 자전거’, ‘녹이 슬었거나 체인이 파손된 자전거’ 등이다.

이 씨는 녹슨 자전거의 바퀴에 자신의 자전거를 묶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거치대를 설치해놔도, 안쓰는 자전거가 수북이 쌓여있으면 쓸모 없는 것 아니냐”면서 “예전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자전거 거치대 앞은 자전거 더미로 쌓여있다”고 하소연했다.

지하철역 등에 설치된 자전거 거치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가득 찬 자전거 거치대 옆으로는 넘어진 자전거들이 깔려있었다. 일부 자전거 거치대 앞은 쓰레기장이 되기도 한다. 이용객들이 편하게 자전거를 거치할 수 있을리는 만무하다.

전철역 앞에 방치된 자전거들. [사진=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자전거 이용객들의 ‘메카’라 불리는 수도권 동부지역, 용문과 양평 등 역 주변 자전거 거치대들도 방치된 자전거들로 자전거를 댈 곳이 없었다.

지자체들도 단속에 어려움을 표한다. 평일은 단속반을 꾸려 꾸준히 단속하고 있지만, 행정공백이 생기는 주말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서울시내 구청 관계자는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해 단속반을 운영하고 매일 순찰을 돌리고 있지만, 주말에는 그러지 못해 한계가 생긴다”면서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주말에 나온 시민들이 보기엔 문제가 있다고 보니 조금 억울한 입장“이라고 했다.

방치자전거를 수거한 뒤에도 문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 일선 구청들이 수거한 방치자전거는 총 9737대였다. 이중 262대는 소유자에게 반환, 1120대가 기증됐고, 매각된 것은 4776대다. 하지만 여전히 3574대는 서울시가 보관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내 방치자전거 회수는 자치구별로 차이를 보였다. 송파구는 1248대, 광진구는 1173대의 방치자전거를 수거했다. 하지만 중구는 63대, 금천구는 46대로 두자릿수 수거량을 보였다.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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