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고질화된 유치원 회계비리, 교육당국 책임 더 크다
뉴스종합| 2018-10-16 11:32
정부의 사립 유치원 회계비리 근절 의지가 단호하다. 아이들을 위해 써야할 교비를 원장이 쌈짓돈 쓰듯 써 온 실태가 공개돼 파문이 확산되자 교육당국이 칼을 빼 든 것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즉각 담당 국장 회의를 열고 “무관용 원칙으로 대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한 행보도 분주하다. 교육부는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감사관 등을 불러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18일에는 유 부총가 직접 시도 교육청 부교육감과 회의를 주재한다. 서울시 및 경기도 교육청은 연내 특정감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으로 석달간 유치원과 어린이집 불법 행위신고를 받는다. 신고가 접수되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경찰청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공조해 엄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유치원 비리를 보면 공분을 일으킬 만하다. 유치원 공금으로 명품백을 사고, 고급차를 굴리고, 심지어 노래방 유흥주점 비용까지 지출했다. 교재 교구 식자재 등의 구매에 허위 영수증이나 금액 부풀리기, 부당한 인건비 지출 등의 고전적 수법도 동원됐다고 한다. 도덕적 해이를 넘어 죄질이 나쁜 범죄행위다.

유치원 회계비리가 툭하면 터지는 일차적 책임은 물론 운영자에게 있다. 하지만 이를 사실상 방치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지난 해 2월에도 국무조정실 부패척결추진단 소재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점검한 결과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그 때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재무회계 투명성 제고방안’을 내놓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비리가 불거지고 사회적 여론이 비등하면 대책을 만든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이내 흐지부지 된 것이다.

실제 유치원은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나 다름없다. 3~5세 무상보육 누리과정에 연간 4조원이 투입되는데 감사는 한 차례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역사회 입김이 센 유치원장들의 집단 저항을 의식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적지않다. 특히 교육감을 비롯해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이 선출직이라 그런 경향이 더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유치원 경영자들이 안하무인이 되는 것이다.

교육과 보육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 실효성을 높이려면 비리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부정하게 운영비를 사용한 기관에 대해서는 전액을 환수하고 형사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물론 이들 기관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을 중단하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육당국 책임자들이 ‘직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련 비리가 뿌리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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