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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관계·규제 ‘후진국’…ICT는 ‘선진국’
뉴스종합| 2018-10-17 11:43

WEF 평가로 본 한국의 현실

전력보급·인프라 ‘하드파워’
생산물시장 독과점은 93위
시장질서 등 ‘소프트’는 허약


스위스의 싱크탱크인 세계경제포럼(WEF)이 17일 발표한 ‘2018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는 한국 사회ㆍ경제의 장단점은 물론,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은 거시경제나 정보통신기술(ICT)ㆍ전력보급ㆍ인프라 등 ‘하드파워’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시장기능의 작동이나 노사관계를 비롯한 사회적 갈등의 해결, 투명성 등 ‘소프프파워’ 부문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허출원건수나 연구개발(R&D) 지출 등 양적 지표는 우수하지만, 혁신적 사고나 기업가 정신, 인력의 다양성이 취약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WEF는 올해 140개국의 국가경쟁력을 4대 분야, 12개 부문, 98개 세부 항목을 통해 평가했다. 이 가운데 통계가 54개, 설문조사가 44개 항목으로, 통계를 통한 정량평가 비중이 지난해까지 28%에서 올해 55%로 대폭 확대됐다. 올해 한국의 종합 순위가 15위로 급상승한 것도 그동안 우리나라가 매우 인색한 평가를 받았던 설문조사 비중이 낮아지고 평가 항목이 바뀐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국가갱쟁력 평가의 98개 세부 항목을 들여다 보면 한국의 강점과 단점, 보완해야 할 과제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98개 세부 평가 항목 중 한국은 물가상승률ㆍ공공부문 부채의 지속가능성ㆍ광케이블 인터넷 가입자수ㆍ전력보급률ㆍ재정 투명성ㆍ온라인 행정서비스 등 6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부실채권 비중ㆍ구매자의 성숙도ㆍR&D 지출 등에서 2위를 차지했고, 해상운송 연결(3위), 철도서비스(4위), 항공서비스(9위) 등 주요 인프라 항목이 세계 10위권내에 들 정도로 경쟁력이 우수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인프라와 시스템을 운영하는 능력과 관행이었다. 특히 시장질서와 노사관계는 후진국 수준이었다.

제도 부문에서 보면 사회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89위, 정부 규제가 기업활동에 초래하는 부담이 79위로 사실상 후진국에도 미치지 못하는 평가를 받았다. 규제개혁에 관한 법률적 구조의 효율성(57위), 감사 및 보고 기준의 강도(50위), 분쟁 해결을 위한 법체계의 효율성(50위), 정부의 미래지향성(49위), 부패지수(45위) 등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시장의 효율성을 판단할 수 있는 생산물시장 부문에서는 독과점 수준이 93위를 차지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관세율(96위), 관세의 복잡성(85위), 무역장벽 정도(66위), 세금ㆍ보조금의 경쟁왜곡(59위) 등도 과제로 드러났다.

지난해까지의 평가에 이어 올해도 가장 취약한 것으로 드러난 부문은 노동시장이었다. 노사 관계의 협력 정도는 140개국 중 124위로 사실상 꼴찌였고, 정리해고 비용(114위), 근로자의 권리(108위) 등도 후진국 수준이었다. 고용 및 해고관행(87위), 전문경영에 대한 신뢰도(61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53위)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할 경우 한국의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혁신 생태계의 기업활력 부문에서는 창업비용이 93위로 매우 높게 나타났고, 오너리스크에 대한 대응도 77위에 머물렀다. 혁신역량 부문에서는 인력의 다양성이 82위에 머물러 4차 산업혁명 등에 대응해 인적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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