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美 전 북핵협상대표 “남북미 정상들, 과속 말고 기초 다져야…과정이 중요”
뉴스종합| 2018-10-17 16:42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였던 조셉 윤 미국평화연구소(USIP) 선임고문은 17일 남북미 정상들이 비핵화 협상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며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측 대북 협상 수석대표를 지내다 지난 2월 은퇴한 윤 전 대표는 이날 서울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북미 간 이른바 ‘톱다운’(정상들끼리 합의한 뒤 실무자들이 후속 협의 및 이행을 하는 방식) 식 비핵화 협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윤 전 대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이) ‘화염과 분노’에서 ‘사랑’으로 바뀔 정도로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제했지만 “정상을 따르는 사람들이 제대로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워싱턴에서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 간의 ‘간극’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간극이 있을 때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며 지도자와 실무 관료들 사이의 간극은 북한도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전 대표는 “6월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적시된 비핵화 문구는 매우 모호하고 취약했으며, 지금까지 비핵화와 관련한 큰 진전은 없다”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정상들이 앞장서 나갈 때 뒤에서 (실무 당국자들이) 적절히 따라오고 있는지 잘 확인하고, 간극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

윤 전 대표는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핵실험장 폐기 등을 했지만, 그것이 완전한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종전선언 같은 일도 중요하다고 보지만 그 자체보다는 종전선언으로 나아가는 협상 과정을 거치며 (비핵화의)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레토릭) 보다는 과정(프로세스)”이라고 했다.

윤 전 대표는 종전선언에 대한 상응조치로써 북한에 비핵화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협상의 프로세스라면서도 “북한이 종전선언에 상응해 영변 핵시설을 해체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나친 기대”라고 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종전선언으로 최대한 얻을 수 있는 것은 영변 해체와 관련한 협상을 개시한다는 북한의 맹세 정도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 전 대표는 남북관계 진전속도로 인해 한미동맹에 균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측면이 있다”며 “기본적으로 동맹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