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CEO 칼럼-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어업 일자리 ‘기회’의 눈으로 보자
뉴스종합| 2018-10-22 11:10
올해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일자리추경’이라 불릴 정도로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 빠른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것은 산업구조와 일자리를 둘러싼 산업 생태계의 변화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은행 경제연구 보고서에 실린 ‘기술 진보와 청년 고용’에 따르면 “기술이 발전할수록 청년 노동자가 더 쉽게 자본(기계)으로 대체되는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통화팽창 속에 자본설비투자가 확대되고 기술혁신이 증대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혁신이 추가적 고용을 유발하지 못하고 오히려 고용이 감소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그런데 농림어업 분야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8월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에 비해 3000명 증가했으나, 농림어업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동안 6만 9000명(4.9%)이 증가했다. 작년 6월 이후 15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82년 이후 최장 기간 증가세다. 이를 두고 ‘역주행’이나 ‘어쩔 수 없이 떠밀린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으나 이것은 적절한 관점이 아니다. ‘퇴행적 관점’이 아니라 농업·농촌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분야라는 ‘기회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최근 열린 혁신경제포럼에서 광운대 이홍 교수는 “반도체 생산라인 1개 건설에 40조가 투자되고 이때 고용은 500명 늘어난다. 반도체를 10억원 수출하면 국내고용은 3명 증가하고 자동차의 경우, 7명이 증가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농산물의 경우에는 10억원 수출 증가 시 31.3명의 취업이 발생하고 가공식품의 경우에도 18명의 취업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농림수산식품 수출의 취업유발효과는 전기 및 전자기기에 비해 약 6배, 화학제품에 비해 약 5배에 달한다. 농어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

농어업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혁신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농업·농촌은 혁신과 동떨어진 분야로 인식되기 쉬우나, 역설적으로 혁신의 수요와 기회가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생산기술뿐만 아니라 종자, 비축, 유통, 가공,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정보·서비스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혁신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면 새로운 일자리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둘째, 농어업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농어업 분야에 기회가 많지만 아직 일자리 환경이 열악한 것도 현실이다. 농어업 분야 일자리를 ‘누구나 가고 싶은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쾌적한 생활환경, 적절한 노동환경, 사회서비스 확충 등 양질의 일자리 조건이 갖추어져야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우수한 인재 유입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어촌과 농어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셋째, 사라진 사회적 서비스를 복원하는 것이다. 농어촌지역이 소외되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현재 우리나라에는 약국이 없는 읍·면소재지가 50%에 달하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이 없는 곳도 30%에 이른다. 병원, 약국, 보육·복지·문화시설 등 사라져버린 사회적 서비스를 되살리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일자리가 생겨날 수 있다.

비단 일자리 창출뿐만이 아니다. 환경, 생태, 지역균형발전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를 풀어나갈 해법이 농업·농촌에 있다. 농업·농촌의 다양한 사회적 역할과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희망과 가능성, 기회의 시선으로 농어업·농어촌을 바라보자. 농어업과 농어촌의 잠재력은 여전히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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