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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파에 바람든다’는 기흉 환자, 절반은 10~20대
라이프| 2018-10-24 09:05
기흉은 주로 10~20대, 젊은 남자에게 발생한다. 가슴 통증, 호흡곤란이 주요 증상이다.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수술이 근본 치료법이다. [헤럴드경제DB]

-폐 안 공기, 폐 밖으로 새어 나와 폐 수축
-주로 10~20대…젊은 남자에게 많이 발생
-가슴 통증ㆍ호흡곤란…심하면 생명 위협
-재발률 높아 근본 치료 위해 수술 받아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고등학교 2학년인 차모(18) 군은 지난달 의 어느 날 하교하다 갑자기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가슴이 조이고 답답하면서 눌리는 느낌이 있었다. 숨까지 잘 쉬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증상이 며칠 계속돼 결국 병원을 찾은 차 군은 기흉을 진단수술까지 받아야만 했다.

2년 전 방송된 한 지상파 방송 드라마에서 의사인 여자 주인공이 응급 처치를 위해 외상성 기흉으로 쓰러진 남자 주인공의 가슴에 볼펜을 꽂는 장면이 나왔다. 당시 ‘기흉’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주요 검색어 순위에 계속 오르내리기도 했다.

기흉은 차 군처럼 10~20대, 젊은 남성에게 자주 발생한다. 기흉에 걸리면 갑자기 가슴에 통증이 발생하고 호흡곤란이 생긴다.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관련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기흉은 폐 표면에 비정상적으로 생긴 기낭(공기주머니)이 갑자기 스스로 터져 발생하는 자발성 기흉과 외부 충격으로 폐가 손상받아 발생하는 외상성 기흉으로 나뉜다.

김대현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기흉은 폐에 생긴 기포가 터지면서 압력 차이에 의해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공기가 차면서 발생한다. 즉, 폐 안에 들어 있던 공기가 폐 밖, 흉막강으로 새어 나와 폐를 수축시키는 상태”라며 “호흡곤란뿐만 아니라 심하면 심장까지 압박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흉으로 병원을 찾은 2만4149명이었다. 연령별ㆍ성별로 보면 10대 남성이 6330명으로 가장 많았고, 20대 남성이 4955명으로 뒤를 이었다. 10~20대 남성이 전체 환자의 46.7%로, 절반 가까이 된다. 여성까지 합친 10~20대 환자는 전체의 51.4%(1만2406명)였다.

이는 성장 과정 중에 생기는 문제 때문이다. 김 교수는 “폐가 폐혈관에 비해 빨리 자라 폐 상부의 혈관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때 폐기포가 발생해 파열되기 때문에 젊은 기흉 환자가 많다”며 “중년 이후 발생하는 기흉은 대부분 기존 폐 질환(폐기종, 폐결핵 등)에 의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기흉은 흉부 X-ray(X선 촬영)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또 흉부 CT(컴퓨터 단층촬영)을 통해 기낭의 크기, 위치, 개수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기흉이 진단되면 옆구리에 관을 삽입해 공기를 제거하면 퇴원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갑작스런 가슴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나타난다면 기흉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며 “지체하지 말고 병원에 방문해 HRCT(고해상도 흉부 CT)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기흉의 재발률은 30~50%에 달한다. 한 번 기흉을 겪은 환자는 이후에 또 기흉에 걸릴 위험이 크다”며 “근본적 치료를 위해서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관련 통계를 보면 기흉은 재발률이 높은 질환 중 하나다. 한 번 재발하면 3ㆍ4차 발생률까지 높아진다. 그동안 치료를 위해 개흉술, 2~3개의 절개창(포트ㆍ구멍)을 통한 흉강술이 이용돼 왔다. 수술을 위해 5㎜의 흉강경, 그라스퍼(집게), 자동 봉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경 손상, 수술 감염 등의 단점이 있었다. 최근에는 하나의 구멍(1.5㎝)을 통해 수술이 이뤄지는 단일공 폐 쐐기 절제술도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여러 개의 구멍을 통해 이뤄지는 기본 수술법에 비해 늑간 신경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수술 후 통증이 적어 입원 기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상처 부위가 한 곳 밖에 없어 미관 등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며 “자발성 기흉, 말초 폐 병변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수술법”이라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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