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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중 수챗구멍 막는 탈모, 가을에 왜 더 심해질까?
라이프| 2018-10-24 10:52

-가을철 큰 일교차도 탈모 더 심하게 해
-남성호르몬이 모발을 탈락시키는 작용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탈모 환자 ‘증가’
-자가치료보다 병원에서 약물치료 ‘최선’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주모(40) 씨는 최근 머리를 자르러 미용실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정수리 부분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다. 혹시 탈모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부터 이따금씩 샤워하다 수챗구멍이 막히는 일을 겪은 뒤 꾸준히 탈모약을 챙겨 먹고, 검은콩 등 음식에도 신경 쓰던 터였다. 주 씨는 “더운 여름보다 오히려 쌀쌀해진 요즘 머리가 더 휑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최근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일교차가 10도를 넘는다. 아침저녁으로 찬바람도 매섭게 불게 시작한다. 바야흐로 가을이 깊어지는 시기가 요즘이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이 같은 날씨가 반갑지 않다.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머리카락이 빠지기 쉬운 이른바 ‘탈모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홍창권<사진>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의무원장(피부과 전문의)은 “가을은 다른 계절에 비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고 탈모 유병률도 높아지는 시기”라며 “스트레스 등 악화 요인을 피하고 꾸준히 치료ㆍ관리하는 것이 탈모를 이기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최근 5년간(2013~2017년) 탈모 환자 수(단위:명). [자료=건강보험심사평가원

▶30세 이하 탈모 환자 55%=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탈모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0만5659명에서 지난해 21만5025명으로 늘었다. 최근 4년 새 4.6%나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전체 환자 중 30세 이하는 55.2%(11만8764명), 여성도 44.3%(9만5170명)나 됐다. 탈모에 대한 고민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방증인 셈이다.

과거 중ㆍ노년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졌던 탈모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먼저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콜레스테롤 과다 섭취, 과도한 다이어트 등도 탈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도 모발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사회 생활에 외모가 중시되면서 탈모를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것도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탈모로 병원을 찾은 환자 중 20~40대 남성은 전체 환자의 40.2%, 20~40대 여성은 26.6%나 됐다. 즉 탈모로 인해 사회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나머지 병원을 찾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가을은 탈모가 심해지는 계절이다. 머리카락이 갑자기 빠져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사람의 모발은 봄에 성장기 모발 비율이 늘어나는 반면 가을에는 퇴행기 모발의 비율이 증가해 머리카락이 일시적으로 더 빠지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여름에 강한 자외선, 땀 등에 의해 머리카락과 두피가 손상받아 가을부터 탈모 현상이 더 나타난다는 의견도 있다.

홍 원장은 “가을 이후에는 봄ㆍ여름에 비해 일조량이 줄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테스토스테론은 스테로이드계 남성호르몬으로서 근육과 생식 기관의 발육을 촉진시킨다. 이 호르몬이 인체 내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되면 모발의 성장을 억제하고 모발을 탈락시키는 작용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탈모는 가을에 유난히 심해진다. 남성호르몬 작용이 원인이다. 자가 치료보다 조기에 약물 치료를 받아야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헤럴드경제DB]

▶탈모, 조기 치료할수록 효과=탈모를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약물 치료다. 홍 원장은 “탈모 치료제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이나 두타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약, 미녹시딜 등 바르는 약 등이 있다”며 “이들 약물을 초기에 처방, 1년 이상 꾸준히 치료할 경우 탈모를 막는 것은 물론 일정 정도 모발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이들이 오래 걸리는 약물 치료 대신 탈모 방지 샴푸나 빗, 레이저 치료기 등 탈모 방지 용품을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실제 탈모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모낭이 손실되어 약물로 인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모발이식 등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홍 원장은 “탈모가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적지 않은 이들이 비의학적 방법에 의존하다 보니 탈모에 대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탈모는 그 원인과 양상이 다양한 만큼 자가 치료로는 제대로 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원을 방문,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다음 그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전문적 의학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도 탈모를 숨겨야 할 치부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약물 치료와 더불어 머리카락과 두피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도 탈모 치료ㆍ예방에 도움이 된다. 머리를 제대로 감지 않으면 노폐물이 두피에 축적, 염증으로 인한 탈모가 발생할 수 있다. 미온수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되도록 자연 바람에 머리를 말리는 것이 좋다. 음주나 흡연은 남성 탈모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도 탈모를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홍 원장은 “가족력도 탈모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은 특히 신경 써야 한다”며 “육류보다 생선류를 섭취하고 콩 등을 많이 먹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하루 한 번 머리를 감는 등 두피를 청결히 해 주고, 지루성 피부염이 있다면 치료해야 한다”며 “파마와 염색은 탈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두 달에 한 번 정도로 하되, 그 이상은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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