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주
외풍에 신저가 쓸려가는 호실적株
뉴스종합| 2018-10-24 11:31
POSCO·LG생건 기대넘는 실적
폭락장 여파 펀더멘털 힘 못써

美증시마저 4분기 조정 가능성
“내년 1분기까지 반등 힘들수도”

갈수록 악화되는 미ㆍ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공포심리가 증시를 장악하면서 간만에 좋은 실적을 낸 기업들도 증시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분기 이후 글로벌 경제가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좋은 실적이 반등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코스피 지수가 장중 한때 2100선을 내주며 연저점을 경신한 지난 23일 철강 업종 ‘대장주’ POSCO가 시장 컨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날 POSCO는 매출 16조4107억원, 영업이익 1조5311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이 7년만에 최대치를 달성하자 POSCO는 주주들에 대한 배당 확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후, 오휘 등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가 활약한 LG생활건강도 이날 기대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자랑했다. LG생활건강은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7372억원, 277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0.6%, 9.8% 증가한 수치이고 3분기 실적으로는 최대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005년 3분기 이후 54분기 연속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받아든 만큼 증시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 종목 모두 이날 신저가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POSCO는 전일 대비 2.06% 내리며 지난 11일 경신한 52주 최저가 25만7000원에 바짝 다가선 26만1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LG생활건강 역시 전거래일 대비 2.42% 내린 108만7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앞두고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실적 대비 주가 하락폭이 큰 종목을 ‘낙폭과대주’, ‘호실적주’ 라는 이름으로 매수를 추천해왔다. 철강ㆍ반도체 등 수출 효자 종목과 미디어ㆍ면세점 등 중국소비주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POSCO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배에 불과해 대표적인 저평가 종목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실제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거뒀음에도 증시에서 외면당하면서 밸류에이션 회복에 실패했다. 실적 개선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윤지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증시가 조정을 보이는 근원은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요소에 기인한다기보다는 대외적 요인들에서 비롯된 심리 악화로 인한 것”이라면서 “이번 실적 시즌은 눈에 띈 서프라이즈 혹은 쇼크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실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7조 500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를 3500억원 가량 상회했지만 내년도 영업이익 전망치는 오히려 1.1% 감익할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내년부터 상장사 실적이 본격적으로 하향추세에 접어들 것이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나홀로 독주를 이어온 미국 증시마저 4분기부터 조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좋은 실적을 내는 기업도 내년 1분기까지는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분쟁의 부정적 여파는 미국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감이 증폭되는 내년 1분기에 집중될 것”이라면서 “미국 증시가 당분간 조정 흐름을 보일 경우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할 것”이라며 저점 매수 전략보다 현금 비중 확대를 권유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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