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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美 중간선거 후, 더 혹독해질 ‘대결의 시대’
뉴스종합| 2018-10-24 11:37
‘일자리냐 폭도냐’(JOBS vs MOBS)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BUY AMERICAN HIRE AMERICAN)

‘국경장벽을 완공하라’(FINISH THE WALL)

‘적폐척결’(DRAIN THE SWAMP)

‘미국을 위해 분기하라’(STAND UP FOR AMERICA)

지난 22일(현지시간) 밤 테드 크루즈 미국 상원의원의 중간선거 유세가 열린 미국 휴스턴 도요타센터는 성조기와 공화당 상징색인 빨강의 물결, 그리고 트럼프 지지 구호로 넘실거렸다. 유세장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은 폭도를 양산하고 공화당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민주당은 부패하고 권력에 굶주린 글로벌리스트(세계주의자)이지만 나는 내셔널리스트(국수주의자)”라고 할 때 절정을 이뤘다. 이날 지원유세를 두고 미 정계와 언론은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의 ‘정치적 승리’를 확인한 장이라고 평가했다. 크루즈 의원은 지난 2016년 대선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막장’에 가까운 공방을 벌이며 경쟁했던 트럼프의 ‘적수’였다.

미국 중간선거(11월 6일)가 코앞에 다가오자 트럼프 대통령의 입은 더 살벌해졌다. 미 행정부의 정책은 더 강경해졌다. 비판이 거셀수록 트럼프 행정부의 공세 수위도 배가된다. 

타협과 균형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더 이상 정치적 미덕으로 여겨지고 있지 않다. 깃발이 높고 구호가 선명할수록 보수 지지층의 결집력이 더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 인종, 이민 정책에서의 ‘배타주의’는 더 공고해졌고 경제, 무역, 국방, 외교에서 ‘미국 우선주의’의 기치는 더 높아졌다. 최근 며칠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후 새로운 중산층 감세 정책 검토 의사를 밝혔고, 중남미 이민행렬에 대해선 국경폐쇄와 병력동원, 관련국들의 지원중단 등 고강도 대응을 시사했다. ‘트랜스젠더’를 사실상 법과 복지의 바깥으로 내모는 ‘성(性)의 재정의’를 추진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군비통제조약인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탈퇴도 위협했다. 러ㆍ중과의 군사패권을 위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을 완화할 생각이 없고 중국이 더 큰 고통을 받길 원한다는 미국 언론의 전언도 있었다.

성추문에 휩싸였던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의 임명 강행은 미국의 정치지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계기이자,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념 구도를 공고히 한 사건이었다. ‘전면전’에 가까운 자유주의 언론과 정치인들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엘리트 ‘이너서클’의 핵심멤버이자 성ㆍ인종ㆍ종교의 강경 보수주의자가 사실상 종신 대법관으로 임명됨으로서 미국 사법부 최고권력은 최장 수십년간 완전한 보수로 기울게 됐다. 캐버노의 성추문 논란은 오히려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트럼프의 영향력을 강화했다. ‘블루 쓰나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애초 민주당에 유리할 듯 보였던 중간선거 분위기는 공화당에 점점 유리해가는 양상이다. 

미국 중간선거는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가 주도하고 유럽ㆍ남미 극우 정치세력들이 가세한 배타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일방주의, 포퓰리즘을 강화시킬 것이다. 수십년간 국제사회와 민주주의국가의 상식이 됐던 포용주의, 보편주의, 다자주의와의 대립은 더 첨예해질 것이다. 만만한 낙관이 불가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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